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와 대한YWCA연합회가 미야자와 일본총리의 방한을 반대하며 내놓은 성명서는 정신대문제에 대한 6개항의 요구를 담고 있다. 그 내용은 『①일본정부는 조선인 여성들을 군위안부로 강제연행한 사실을 인정하라 ②정신대 만행에 대해 공식사죄하라 ③만행의 전모를 스스로 밝혀라 ④희생자추모비를 건립하라 ⑤생존자와 유족들에게 배상하라 ⑥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역사교육 속에서 이 사실을 가르쳐라』라는 것이다.일본정부는 이미 사실을 인정하고,사죄를 했으며,배상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작된 상태이다. 남아있는 문제는 진상규명,추모비 건립,올바른 역사교육 등인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후손에게 가르쳐라」라는 대목이다.
2차대전의 두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은 그 뒷처리에서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왔다. 유대인 학살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독일은 세계를 향해 숨김없이 모든 사실을 밝혔고,사죄와 배상을 했고,각급학교 역사교과서에 그 사실을 수록하여 후손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들은 또 나치전범을 계속 색출하여 역사에 대한 자정노력을 해왔다.
경제에서 세계제일의 나라가 된 일본의 뒷처리는 결코 일류국가의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인정,사죄,배상,역사교육 등 그 어느것 하나 바르게 진행된 것이 없다. 독일과 일본의 이런 차이는 동·서양의 문화차이에서 오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국들의 대응자세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도 큰 이유일 것이다.
요즘 서울에 와있는 몇몇 외국인 기자들은 50여년전에 일어난 정신대 문제가 왜 이제와서 이렇게 시끄러운지,신문들이 미야자와의 방한의 맞춰 「국교생 정신대」 기사를 일제히 터뜨린 것인지,정부가 뒤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궁금해 했다. 이런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워 진다.
정부,언론,사회단체,피해자 주변에서 모두 부끄러워 해야한다. 피해자측에서 진상규명에 게으른채 가해자측에 『진상을 밝히라,사죄하라,배상하라』하고 소리질러 왔으니 과거청산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손만 내밀면 누구나 찾을수 있었던 「국교생 정신대」 자료가 50여년 먼지를 뒤집어 쓴채 잠자고 있었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후손에게 역사를 바로 가르치라』고 우리는 일본에게 요구할 뿐아니라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정신대로 끌려간 어린소녀들의 초롱초롱한 얼굴을 보여주는 사진앞에서 우리는 일본인들 이상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편집국 국차장>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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