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73일간 발묶여… 악몽 “생생”17일은 걸프전 발발 1주년일. 당시 시시각각 급변하는 전쟁상황을 주시하던 국민들은 현지 한국인 근로자들의 안위를 한마음으로 걱정하며 가슴을 졸였다.
한국인 5명,방글라데시인 근로자 7명 등 마지막으로 현장을 탈출한 현대근로자 12명중 1명이었던 현대건설본사 국내공사관리부 과장 김한택씨(50)는 『전장에서 보낸 73일간의 경험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한다.
개전당시 바그다드 북쪽 5백㎞ 지점인 키르쿠크시 상수도건설 공사현장 노무 및 인사담당대리였던 김씨는 이미 공정이 99%에 이른 1억달러짜리 공사현장을 떠날수 없어 1월13일까지 철수하라는 정부와 회사의 명령을 듣지않고 있다 전장 가운데 고립됐다.
김씨는 현장부근에 있는 이라크 군사시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다국적군의 공습을 피해 지하방공호에 숨어야 했다. 다국적군의 공습이 워낙 정확하게 군사시설만을 겨냥해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KBS단파방송을 통해 아내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견디기가 어려웠다.
걸프전기간 내내 현장을 지키던 김 과장 일행이 정작 탈출을 결심한 계기는 종전직후의 이라크 내전. 3월18일 전쟁이 끝난뒤 나흘만에 정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쿠르드반군이 건설현장을 습격,비상식량과 장비를 약탈한 일이 생기면서 김 과장 일행은 4백여㎞에 이르는 긴 장정끝에 이라크를 탈출,4월2일 귀국했다.
『아슬아슬하고 불안해서 같이 못살겠다』며 이혼하겠다는 부인(42)을 달래느라 애를 태웠다는 김씨는 76년 입사후 줄곧 산업안전과 노무관리업무를 맡아 해외에 나가 살다시피 해왔다.
세계사의 격변의 현장을 생생히 지켜본 김씨는 『인간성의 말살이외에 아무의미도 없는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송용회기자>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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