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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후 청산방식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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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후 청산방식 “극과극”

입력
199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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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사죄·발뺌일관 구체행동 없어/일/국가적 배상에 교과서에도 속죄명기/독『필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신고를 당한데 대해 충심으로 사과와 반성의 기분을 말씀드린다』

일본 정부대변인 가토 관방장관이 지난 13일 발표한 정신대관련 사죄담화문중 한 대목이다. 미야자와 총리도 14일 주일 한국특파원과의 기자회견에서 사죄 의사를 밝혔고 방한중 노태우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죄의 념」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가토 관방장관이 『정신대는 일본정부와 무관하며 민간업자들이 한일』이라고 발뺌하던 태도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사죄표현을 「진실한 변화」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은 극히 드물다. 정신대 관련문서가 일 방위청도서관에서 발견되는 등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어쩔수없이 일본정부가 사죄담화를 발표하게 됐다는 시각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90년 구구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던 「통석의 념」 운운했던 것처럼 일본정부가 이번에도 「말로 천냥빚을 갚으려는 저열함」을 획책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적지않다.

일본이 진정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사죄의 구체적 표현,즉 배상과 보상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게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2차대전 장본인인 독일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전후 처리방식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저열한지 쉽게 알수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은 자국 역사교과서에 전쟁범죄의 책임을 명기하고,주변피해국에 대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배상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일본은 비비꼬이는듯 한 표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며 50∼60년대 한국,필리핀 등과의 국교정상때 배상금 대신 경제협력·청구권 등의 용어를 고집했었다.

서독정부는 52년 이스라엘에 배상금 34억5천만 마르크(약 20억달러)를 지급했으며 생존유대인과 사망자 가족들에게 강탈재산 변제차원에서 3조1백35억마르크를 배상했다. 서독정부뿐만 아니라 지멘스 등 7개 대기업도 1만5천여명의 강제연행 노동자에게 7천6백만마르크를 지불했다.

사죄표명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70년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했을때 희생자 기념비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었다.

승전국인 미국조차도 88년 2차대전 당시 미국거주 일본인의 강제수용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대상 6만명에게 1인당 2만달러씩을 지급했다. 캐나다도 1만2천명에게 1인당 2만1천 캐나다달러를 주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65년 한국과 체결한 한일협정에 의거,3억달러를 내놓은 것으로 모든 배상·보상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심지어 한인 징용자에 대한 미지불임금 조차 이러저런 이유로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17개 원호관계법에 국적조항을 넣어 귀화하지 않은 한인징병자는 원호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독일은 50년 제정한 「전쟁희생자원호법」에 국적조항을 두지않아 오스트리아 등 피점령국 출신의 군인·군속들도 원호대상에 포함시켰다. 패전국인 이탈리아 역시 국적조항을 두지 않았다.

강제징병된 한국출신 군인 22만9천9백명 등 강제징용자수가 1백11만9천32명(조선경제통계 요람)이나 됐던 현실속에서 일본이 『한일 청구권으로 모든게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일과 비교하면 「문명국이기를 포기한」 태도로 볼 수 밖에 없다. 강제징용자외에도 정신대 10만∼20만명,원폭피해자(3만 사망·3만 부상),사할린 억류동포 4만명 그리고 분단의 고통은 결코 3억달러와의 등식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일본법정에는 한국인 피해자들의 보상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강제징병 한인,사할린 강제연행자 등의 보상청구 및 원폭피해자의 소송,제암리 학살사건 유족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이 계류중이며 새로운 소송도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일본정부와 사법부가 「인륜」을 선택할지,종전의 입장을 계속 고수할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당신들의 12살난 딸이 정신대에 끌려갔다면 어찌하겠냐』는 한국인 시위대의 외침을 일본인이 마음속으로 새겨듣는다면 결코 법과 조약을 내세운 구차한 변명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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