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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걸프전/김현수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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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걸프전/김현수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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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미국이 설정한 최후통첩 시한을 넘김에 따라 걸프전 발발이 초읽기에 돌입했던 날로부터 꼭 일년이 흐른 15일. 요르단 암만시 교회의 아담한 식당을 찾았다.「제3의 서클」이란 다분히 철학적인 이름의 이 식당에는 일년전에 감돌았던 전운의 긴박한 분위기는 찾아볼 길이 없었다. 단지 요르단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한가롭게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담 후세인이 왜 미국의 최후통첩 시한을 그렇게 간단히 무시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겨 쿠스스라는 60대의 점잖은 주인에게 말을 건넸다. 아들이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이 노인은 이방인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대답을 했다.

『코란에는 그 누구도 개인의 자격으로 명령하거나 법을 제정할 권리가 없으며 그것을 지킬 의무도 없다고 써있다. 합법 불합법을 판정하고 지키기를 명령할 권한은 오직 알라에게만 있다』

현실적인 정략가로 알려진 사담 후세인이 이 노인의 말대로 코란의 율법에 따라 조지 부시의 최후통첩을 지킬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을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이 노인의 말 속에는 알라의 유일성에 가치판단의 근거를 두고있는 아랍인들의 일반적인 의식이 담겨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걸프전의 포성은 지금 들리지 않지만 이라크는 아직도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걸프전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를 방문하고 요르단에 입국한 미국의 유대계 의사인 잭 켄트 박사는 지금 이라크에선 의약품의 부족으로 매일 5백에서 1천명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최근 걸프전이후 의약품과 식량부족 등 전쟁후유증으로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수가 7만명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혹독한 상황에서도 이라크인들이 굴복않고 버텨내는 것은 무엇일까.

식당주인의 우문현답이 시사하듯 알라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굴복을 거부하고 끝까지 「저항」케하는 것일까.

의심할바 없이 이라크의 일방적인 완패로 끝난 걸프전과는 달리 이 「전쟁」은 승패없이 지리하게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노림은 물론 사담 후세인의 몰락이다. 그러나 이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끝없는 이 「전쟁」에서 애꿎은 어린이들만 죽어간다면­. 2백31명의 미국희생자와 5만에서 15만으로 추산되는 이라크병사의 죽음,이 숫자보다 더 처절한 무엇을 생각해본다.<암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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