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정신대문제 어떻게 사죄할까/미야자와 방한앞두고 관심집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정신대문제 어떻게 사죄할까/미야자와 방한앞두고 관심집중

입력
1992.01.14 00:00
0 0

◎연일 구수회의… “마음의 상처내재” 밝혀/「처녀사냥」 피해보상도 반드시 뒤따라야【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총리는 종군위안부(여자정신대) 문제에 대해 어떤 말로 사죄할것인가.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최대의 현안으로 부상한 정신대문제에 관한 사과발언을 둘러싸고 총리와 관계장관들이 연일 구수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비상한 관심사가 되었다. 최근 일본방위청산하기관의 도서관에서 군 위안소 설치 및 위안부조달관련문서가 발견되자 일본정부가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미야자와 총리의 한국방문때 노태우대통령에게 사과할 뜻을 밝힌 것이다.

가토(가등굉일) 관방장관은 12일 하오 후쿠오카(복강)에서 열린 마이니치(매일) 신문주최 「여론광장」이란 행사의 강연을 통해 사과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신대 문제에는 법률과 협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내제해있다』는 그의 발언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던 지금까지의 책임회피발언과는 발상의 출발부터가 다른 솔직함이 엿보인다.

일본 총리의 공식사죄가 이루어진다면 다음 문제는 응분의 보상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죄악에 대해 국가수반이 사과한다면 그 의사의 표시인 보상이 반드시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정신대에 끌려가 일생을 망친 수많은 여성의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는 아무리 간곡한 사죄의 말이나 억만금의 보상을 한다해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군국주의 일본의 종군위안부 시책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파렴치하고 패륜적인 범죄였다. 군인,군속과 일반 징용자처럼 징병,모집 혹은 알선같은 형식을 취한것이 아니라,문자 그대로 처녀사냥을 자행한 사실이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밝혀져있다.

태평양전쟁중 노무보국회란 어용단체의 간부로 일했던 요시다·세이지(길전청치)라는 인물은 자신이 군으로부터 병력과 장비지원을 받아 많은 한국처녀들을 「사냥」 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나의 전쟁범죄」라는 고백수기에서 그는 1943년 야마구치(산구)현 근로보국회 시모노세키(하관) 시지회 동원부장으로 일할때 서부 군사령부의 명령으로 제주도에 건너가 2백5명을 강제연행했다고 밝혔다.

『우리들 징용대 10명은 5월18일 제주시내 육군부대본부에 도착,서부군사령부의 동원명령서를 제출했다. 대위가 병력 10명과 트럭 2대를 내주어 제주근교 간선도로변 작은 마을에서 여자사냥을 시작했다…』

요시다씨는 여자들 20∼30명이 한집에 모여 말총으로 탕건만들고 있는 작업장을 급습,총검으로 위협해 울부짖는 처녀 8명을 붙잡아 트럭에 연행한 경위를 소상이고 고백했다.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작은 무리의 아낙네들을 습격했다가 전원이 바다로 도망쳐 실패한 사실,성산포의 단추공장에 들이닥쳐 여공들을 한군데 모아놓은뒤 그중 젊고 건강한 처녀들만 골라 트럭에 태운사실…. 그는 반항하는 남자들을 총검으로 위협한 일에서 징병대가 트럭안에서 처녀들을 희롱한일까지 털어 놓았다.

이렇게 끌려간 위안부는 적게는 8만명,많게는 20만명으로 추산되며 그중 대다수가 한국출신이었다. 일본본토를 제외하고 중국 동남아시아 남양군도 등 해외주둔 일본군부대에는 반드시 장병전용위안소가 있었다는 것이 병사들의 증언이다.

더욱 가공할 일은 패전후 일본군이 이 천인공노할 범죄를 숨기기위해 정신대원들을 죽이고 사지에 방치한채 철수했다는 사실이다. 정신대 출신 김학순할머니(67)의 보상청구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등 일본의 13개 단체는 14일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관한 진지한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요망서를 미야자와 총리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아시아 중시정책을 내외에 선전하기 위해,한일 두나라의 미래지향적 새시대를 다짐하기 위해 미야자와 총리는 취임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다고 한다. 정신대와 관련한 그의 말한마디에 일본이 얼마나 「큰나라」가 되었는지 가늠해 볼수있을 것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