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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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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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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이란말은 공무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기밀이란 말은 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중요한 일을 지칭한다. 국어사전이 내리고 있는 정의다. 그러나 국어사전은 판공비와 기밀비만은 같은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둘다 「기밀한 일에 쓰는 돈」이라고 정의해,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일을 하는데 쓰여지는 비밀스러운 공금,즉 비공금이라는 뜻이다. ◆뜻이 그러할진대,서울시장이 올해 그처럼 비밀스럽게 써야할 비공금이 3억3천5백21만원이나 된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개명천지의 민주화 사회에서,공개행정을 표방하는 서울시장이 왜 그렇게 비밀리에 해야할일이 많은지 알듯도 하고 모를듯도 하다. 그 엄청난 액수의 판공비 제도야말로 권위주의 행정과 비밀행정의 잔재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막중한 자리다. 7조2천6백83억원의 예산을 주무르며,1천62만7천7백90명이란 전국인구의 4분의 1의 살림을 꾸려가자면,만인이 보는 앞에서 터놓고 일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개중에는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추진할일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그런일을 하다보면 비용도 필요할 것이고 그러다보니 판공비란 은밀한 예산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겠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시장의 비공금이 그렇게 어마어마하다면 그것은 판공비 항목으로 짜서 시민들이 전혀 모르게 집행하는 것은 옳다고 볼수없다. 더욱이 부시장의 연판공비도 1억3천20만원이나 되며,구청장(22개)의 판공비 또한 7천80만원,부청장 판공비 3천6백만원은 아무리봐도 판공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것 같다. ◆서울시장과 산하기관장의 비공금이 그렇게 엄청난데도 그것이 누구의 감독도없이 장의 자의대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공정하게 쓸데 쓰인다는 보장 또한 없는 것이다. 차제에 판공비를 공개예산 항목으로 채택해 사후 감독만이라도 받도록 하는것이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봉사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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