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동기도,죄의식도 없는 10대들의 충동범죄가 갈수록 늘어난다. 10대 범죄자들은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비로소 저지른 일의 무서움을 깨닫고 두려워 하지만 으레 공부나 입시에 대한 중압감 등 주변여건을 탓하기 일쑤다.11일 서울 동부경찰서에 강도·강간 등 혐의로 구속된 정모군(18·서울 K고 3)은 이런 10대의 전형이다.
아버지가 창고업을 하는 유복한 집안의 장남인 정군은 적어도 주변환경에 범죄를 저지를만한 아무런 요소도 없었다.
지난해 9월14일 저지른 첫 범행은 최근 학교성적이 계속 떨어져 어머니에게 보충수업비 2만5천원을 달라기가 미안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이날 하오5시께 정군은 별생각없이 식칼을 들고 집근처 다세대주택 지하방으로 들어갔다.
혼자있던 20대 주부를 위협,손목을 뒤로 묶고 서랍속에서 8만원을 꺼낸 뒤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자 성폭행까지 했다.
막상 「거금」을 손에 쥐었지만 『어쩐지 수업료로 내기는 쑥스러워』 그날로 오락실과 만화가게에서 탕진해버렸다.
첫 범행이 의외로 쉽게 이루어지고 일종의 스릴까지 느끼게되자 정군은 그저 일상처럼 같은 짓을 되풀이했다. 10월초 중간고사기간에는 일찍 시험이 끝나 무료한 하오를 달래려고 두차례나 연달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세번째 범행때는 『임신중이니 몸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애걸하는 주부를 『가는 집마다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더라』고 비웃으며 끝내 겁탈했다.
끊임없이 범행을 저질러가는 동안 집안에서 누구도 정군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기대입시에 떨어지자 전문대라도 가겠다고 공부하던 정군은 지난 10일 『머리를 식히기 위해』 아홉번째 범행을 하러 이웃집에 침입했다가 마침 이 집에 왔던 TV수리공의 신고로 마침내 경찰에 붙잡혔다.
정군이 범행을 털어놓는 동안 형사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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