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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늘리자… 한국일보캠페인 3년(함께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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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늘리자… 한국일보캠페인 3년(함께사는 사회)

입력
199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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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단칸방마저 헐리면…”/식당 파출부 박광자씨/10년전 남편사별,공장등 전전/1만5천원 일당/5식구 생계꾸려/“거동불편한 시어머니 약한첩 못해드려 죄송”남편을 막노동판에서 잃고 시어머니와 어린 세아들의 생계를 짊어진지 10년. 강산도 변해버린 세월이지만 박광자씨(39·서울 관악구 신림10동 808의504·한국일보 89년 1월14일자 보도) 집에서 가난과 불행은 떠나가지를 않는다.

82년 건설공사장에서 남편 이건기씨(당시 33세)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젖먹이 막내를 안고 다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박씨는 절망할 겨를도 없이 취로사업장 봉제공장 등을 전전하며 먹고살기 위한 고단한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벌이는 고사하고 일감 구하기도 쉽지않아 지금은 식당파출부로 하루하루를 지탱해 나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6시. 집안정돈과 가족들의 아침상을 차려놓은뒤 식당에 출근,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오면 밤 10시가 넘어간다. 박씨는 집에 와서도 쉴틈이 없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박씨의 일당은 1만5천원. 한달 꼬박 일해야 40만원 정도를 받는다.

6·25가 끝날무렵 패주하던 북한군 총에 남편을 잃고 25세에 청상이 된 시어머니 은귀임씨(63)는 외아들의 죽음을 한스러워 하면서도 고생하는 며느리 앞에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자신에게 약 한첩 달여드리지 못하는 것을 죄스럽게 생각하는 며느리가 고마워 어떻게든 도와보려고 집안 궂은 일을 찾아다닌다.

박씨 가족은 얼마전까지도 의료비 학비지원과 취로사업을 알선받는 2종생활보호 대상이었으나 91년부터 제외됐다. 20평 남짓한 단칸 무허가집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성훈(17·광신고1) 성현(15·광신중2) 성호군(10·신우국3) 등 3형제의 학비부담이 점점 커지는 마당에 보조금마저 중단되고 불편한 몸으로 한달에 보름꼴로 나가던 시어머니의 취로사업도 끊겨 살림살이는 더욱 주름이졌다.

그래서 은씨는 요즘 새로운 일을 한다. 커튼고리 만드는 일거리를 구해와 손자들 과자값이라도 마련하겠다며 만류하는 며느리와 입씨름을 하고 있다.

단칸방의 하나뿐인 책상을 차지하겠다고 떼쓰는 막내 성호와 하루에도 두번씩 시간을 맞춰야하는 아버지의 시계를 소중하게 차고있는 성훈이를 보고 있노라면 박씨는 가슴이 미어진다. 『열심히 공부해 어머니 고생에 보답하겠다』며 큰아들 성훈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왔을때 박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가족은 2월이면 정든 보금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3월 초로 예정된 신림10동 암거 박스공사에 박씨집도 철거대상으로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 무성했던 철거소문에 반신반의했던 박씨는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직접 그 사실을 듣고는 파출부일도 안나간채 며칠째 병을 앓고 있다.

동사무소측은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입주권을 얻을수 있고 아파트 건립때까지 제반비용을 보상받는다고 위로하지만 이사갈 곳도 없고 옆방의 전세금 3백50만원을 빼주어야 하는 형편이어서 언제 지을지 모르는 아파트만 바라보고 살수가 없다.

게다가 엄청난 아파트분양가는 그만두고라도 관리비도 내기 힘든 처지이고 보면 재개발계획은 거리에 나앉으라는 말과 다를게 없다.

박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더 바라지도 않으니 지금 이 생활만이라도 깨지 말아달라』고 눈물을 글썽인다.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대던 막내는 어느새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달동네의 근심과 한숨속에서 아무런 희망없이 밤은 또 깊어간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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