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국민당(가칭) 창당발기인대회가 열린 10일 상오 10시께 서울 종로구 평동 대회장 주변은 이날 대회에 쏠린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충분히 반영할만큼 요란했다.빌딩자체 주차장과 이면도로가 차고 넘쳐 대로변 차선까지 잠식한채 수십m씩 늘어선 고급승용차들에다 건물을 온통 둘러싸다시피한 대형 화환들,내로라는 각계인사들의 행렬 등이 대회분위기를 짐작케했다.
같은 시간 불과 50여m 떨어진 고려병원입구 도로에서는 근로자 1백50여명이 삼엄한 전경대오와 대치하고 있었다. 피켓을 들고 휘장을 두른채 『창당반대』를 목쉰소리로 쉬지않고 외쳐대는 이들은 이날 새벽 경남 울산에서 상경한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었다.
현재 울산 현대자동차공장은 91년 경영성과금 분배를 둘러싸고 1백50% 상여금 추가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측과 이를 거부하는 회사측이 맞서 한달째 작업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태이다.
경찰의 저지로 대회장 접근이 막힌채 한시간여 동안 연좌농성을 하던 이들은 마침내 정 회장이 대회장 앞에 모습을 나타내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심한 야유를 보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근로자들에게 「돈없고 못배웠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의 주인공이었던 정 회장은 이날부터 이들에게는 더이상 「존경하는 회장님」이 아니었다.
공장의장부에서 일한다는 한 근로자는 『나라경제 살릴라꼬 정치한다믄서 우찌 우리는 못살게 그냥두노』라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말했다.
상오 11시20분께 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대회장을 떠났다.
이들의 정치축제에 얼씬도 못한 상경근로자들도 앞을 가로막던 전경들에게 멋적은 미소를 남긴채 다음 시위장소인 계동 현대 사옥으로 발길을 옮겼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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