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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따리 정치(정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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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따리 정치(정경희 칼럼)

입력
199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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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뇌물외유사건에 이어 수서지구 택지특혜공급사건이 터졌을 때,노태우대통령은 『정치권은 한층 더 각고의 자세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2월2일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닷새 뒤인 2월7일 수서택지사건에 대해 말했다. 『이와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권 등 사회지도층의 맹성과 자정·자숙노력이 긴요하다』고. 또 이틀뒤인 2월9일 국회의원 뇌물외유와 수서택지사건에 대해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의식과 행동이 지난 시대에 머물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라 했다.

또 사흘뒤인 2월12일 말했다. 『모든 일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준엄하게 다스릴 것』이고,『정치권에서도 스스로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고쳐야할 것』이라 했다.

이어서 1주일 뒤인 2월19일 수서택지사건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특별담화를 발표하면서 말했다. 『의원 외유사건과 수서사건으로 국회의원이 8명이나 구속된 것은 불행한 일』이며,『여야가 돈을 쓰는 정치풍토를 과감히 개혁하는 제도적 개선을 단기간안에 이루도록 촉구한다』고 했다.

2월들어 노 대통령이 꾸짖고 타이른 「정치인·정치권」이란 국회의원과 국회를 가리킨 말로 해석된다.

정주영씨가 「정치적 헌금」 내막을 털어놔서 떠들썩하다. 박정희정권·전두환정권을 거쳐 노태우대통령에게는 90년말 1백억원 헌금이 마지막이었다는 얘기다. 88년말부터 90년말까지 합치면 약 3백억원을 노 대통령에게 헌금했다는 계산이 된다.

그러나 그는 법에 걸리는 정치자금이 아니라,『연말·추석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는 뜻으로』 헌금했다고 했다. 정말 「불우이웃돕기」 헌금이었다면 이제와서 털어놓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치자금이었다면 받은 쪽만 나쁘고,바친 쪽은 깨끗하단 말일까. 마땅히 바친 사람도 국민앞에 사과했어야 옳을 것이다.

정주영씨는 특혜를 받은 게 없다고 했지만,이건 또 어찌된 일일까. 89년 2월 재무부가 국회에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비업무용 부동산을 가진 대기업중 「현대」가 땅 1백만평,건물 9백9평으로 면적이 1위,값으로는 5위였다. 은행돈 쓰는 기업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목에 힘주고 남을 훈계하는 세상. 그 뒤에서 어마어마한 돈보따리가 오갔다는 얘기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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