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혼란 당연… 건전한 투자관행 도움”새해 개장 첫날부터 파죽의 위세를 떨치던 주식시장이 다시 경색조짐을 보이자 상장사 부도설 등 악성루머가 돌면서 증시개방 자체가 도마위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투자한도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증권전산장애가 잇따라 발생,「준비없이 문만 열어 놓았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나 구랍 21일 귀국,개방 첫해의 국내증시를 지켜보고 있는 슈로더증권의 김영태이사(39)는 『다른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개방초기의 혼란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오히려 개방으로 인해 단순한 시장 인기도나 상징적 지명도에 좌우되던 투자관행이 달라지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저PER(주가수익률) 종목의 뚜렷한 강세는 정석투자와 자본의 합리적 흐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징후라는 것이다. 김씨는 국내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는 주장을 토대로 한 국부유출론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했다.
대부분이 기관투자가인 외국투자가들이 단기매매차입을 챙겨 떠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제변호사를 꿈꿨던 김씨는 76년 서울대 법대 졸업후 사법고시에 낙방하자 한국투자신탁에 입사,9년간 근무했다. 증시개방이 실현될 것을 예견한 김씨는 87년 영국계 슈로더증권으로 옮겨 국제 세일즈맨이 됐다.
『좋은 능력가지고 왜 외국기업을 위해 일하느냐』는 곤혹스런 질문을 받곤 하지만 자신의 일이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4년간 국제시장에서 해외전환사채 등 한국물이 20%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 것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부인(34)과 피아노를 공부하는 딸(10)과 함께 런던에서 살고있는 김씨는 『개방시대를 맞은 국내 증시가 어느정도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세계무대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희정기자>이희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