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으로 군림해온 민자당이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안으로는 다음 대통령 후보를 둘러싸고 각 계파간의 싸움이 노골화되어 자중지란에 허덕이고 있다. 밖으로부터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신당 창당이라는 바람에 시달리고 있으며 통합 이미지를 빠른 시간내에 심으려는 민주당의 공세 또한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선거를 한두개도 아니고 네개씩이나 치러야 하는 민자당으로서는 강박관념에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대통령후보 문제를 둘러싼 자중지란은 심각한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당이 깨질 위험마저 안고 있으며 적전분열 현상이 오래끌면 선거에 이로울게 하나도 없다.
합당이후 오늘날까지 민자당이 보여준 추악한 내분이나 정치력 결핍증만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 더 질질 끈다면 과연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후보 문제가 결론이 난다해도 각 계파가 그 결론을 순순히 따라줄지도 의문이다. 민정 민주 공화 등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다른건 물론이지만 민정계 안에서 조차도 심각한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통령후보 인선결과에 따르는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총선전에 하든 총선후에 하든 당내문제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는 민자당이 합당하면서부터 안게된 숙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부적 숙명 못지 않게 외풍의 위협도 거세다. 특히 정씨가 추진하는 신당은 현재의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제3의 정당을 표방한다해도 색깔은 보수경향을 띨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씨가 진보성향의 정당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고 만든다고 해도 곧이 들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씨의 신당은 여당인 민자당의 지지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씨가 공언하고 있는것처럼 80여명의 후보를 내어 20명 이상을 당선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목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자당 후보들에게 타격을 줄 것은 확실하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당 등 신당이 아닌 다른 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정주영 신당은 또 대통령후보 문제나 국회의원 공천의 후유증으로 민자당에서 갈라져 나올 정파나 사람들과 합류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재벌 정당이라는 좋지않은 이미지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주영 신당이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바로 기성정당에 대한 실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정씨가 청와대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폭로는 민자당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민자당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여 자칫하면 선거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통합이미지 부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민주당이 서울 등지에서 야당붐을 일으킬 경우 민자당의 입지는 더욱 위협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이 지역정당의 수준을 넘어서 제대로 제1야당답게 의석을 확보한다면 거대 여당은 쪼그라들고 말것이다.
민자당이 지금의 내우외환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할 경우 지금의 양당체제는 14대에 가서 13대초와 같은 다당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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