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때 쓰러진것도 “쉬쉬”/“단순 장염이냐” 의문증폭【뉴욕=김수종특파원】 일본을 방문중인 조지 부시 대통령(67)이 공식만찬 석상에서 쓰러지는 장면을 TV뉴스를 통해 목도한 미국인들은 매우 민감한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특히 대통령 예선전을 한달 남겨놓고 있는 미국인으로서는 부시 건강의 실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수 밖에 없으며 대통령후보의 건강문제는 미묘한 선거쟁점이 될게 확실하다.
부시의 졸도사건을 놓고 쏟아지는 국민적 시각은 대체로 두가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첫째,부시가 건강을 회복하고 대통령직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재선된뒤 4년의 임기를 무리없이 수행할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다. 둘째는 대통령의 유고시 승계권을 가진 댄 퀘일 부통령의 대통령 적격여부에 대한 의아심의 발동이다.
우선 부시 대통령의 건강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구심이 매우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냉전시대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의 유고와 같은 긴박감은 느낄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2차대전후 최악의 상태에 몰린 미국인들에게 대통령의 건강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특히 미국경제와 함수관계에 있는 일본과 심각한 무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일중인 부시 대통령이 공식만찬에서 졸도한 사실은 미국민의 밑바탕 감정까지 뒤흔들고 있다.
백악관은 부시 졸도 해프닝후 곧 『장염에 의한 것이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밝히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미국민은 졸도하는 장면이나 잠시후 일어나 핼쑥한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제스처 등에서 『과연 대통령은 건강한가』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의 건강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조깅을 하다가 쓰러졌던 전례가 있어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당시는 심장박동이 빨라져 쓰러졌다는 발표가 있었고 나중에 갑상선 이상으로 밝혀졌다. 연로한 대통령의 건강문제는 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각한 심장마비증세,전임 레이건 대통령의 내장기관 암수술 등으로 국가적 관심사가 되어왔는데,언제나 당시 발표와 그후 병의 진상은 달랐다는 점에서도 이번 부시의 졸도가 단순한 장염(현재 미국에 유행중인 감기)이냐는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닉슨 전 대통령이 이날 CNN의 래리 킹 쇼에서 지적했듯이 부시 대통령은 골프,조깅,모터보트,테니스 등을 하는 모습을 국민에 보여주는 「아웃도어맨」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던 사실이 이번 졸도로 오히려 더욱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서 귀국하는 부시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은 길고 험난한 대통령 예선전이다. 당장 내달부터 혹한의 뉴햄프셔를 누비며 예선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건강은 국민과 매스컴의 초점을 받게 되어있다. 앞으로 4년동안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건강을 더욱 과시해야 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부시 대통령 자신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건강문제에 대해 『자신의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대통령에 재선시켜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며 『나는 그같은 문제를 숨기지 않겠다』고 말한적이 있다. 이같은 언급은 자신의 재선출마를 강조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
부시 대통령의 졸도로 제기되는 또다른 정치적 문제는 댄 퀘일 부통령에 대한 시선이다. 작년 부시 대통령이 조깅중 쓰러졌을때 제기됐던 퀘일 부통령의 대통령 자격여부에 대한 관심이 이날 미국언론의 주제가 되다시피 했다. 작년보다 훨씬 관심의 강도가 높아졌으며 부시가 재출마하면서 과연 퀘일 부통령을 다시 러닝메이트로 삼아야 하느냐는 얘기까지 들먹여지고 있다.
AP통신은 정치학자 제임스 서버의 말을 빌려 『대통령이 재채기를 할때마다 미국인들은 그 후를 생각하며 퀘일을 바라본다』고 지적해 퀘일 부통령에 대한 불안감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 부통령은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나 대통령의 유고시에는 그대로 세계최강국의 대통령으로 승계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날 퀘일 부통령은 뉴햄프셔에서 예선운동을 벌이다 몰려드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대통령은 감기에 걸렸을 뿐』이라며 질문을 피하는 모습이 TV뉴스마다 나왔다. 이날 79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CNN 래리킹 쇼에 출연한 닉슨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부통령이던 시절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때 부통령에 쏟아졌던 관심을 상기하며 『곧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은 할수도 없으며 곧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일 것이다. 댄 퀘일의 입장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아래서의 닉슨 부통령이나 레이건 대통령 저격당시의 부시 부통령에 쏟아졌던 정치적 관심의 방향과는 전혀 다르다. 즉 댄 퀘일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을때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미국 그들의 기본적인 의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데서 부시 대통령의 건강문제는 더욱 관심을 증폭시킬 전망이다.
병든 미국경제를 안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미국인들은 이 문제와 씨름할 대통령의 건강문제와 대통령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의 자격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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