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회복 장애 인식/조세징수·「공개」론 한계/이자수입 포기 은행 불이익감수가 문제정부가 8일 상계인수(은행대출의 출자전환) 방식을 통한 재벌소유분산 유도방침을 정한 것은 경제력 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메스」(수술칼)로 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과도한 소유집중과 문어발식 계열사 팽창으로 요약되는 국내 재벌의 병폐는 이미 단순한 독과점 횡포나 부의 불균형배분심화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회복이 장애요인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경제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지금까지 국내재벌은 산하 계열기업의 개별적 경쟁력 향상은 아랑곳없이 그룹전체의 외형 확장에만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가령 A그룹의 유망기업인 B전자회사에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금융지원을 해주면 이 돈이 엉뚱하게 사양업종인 C계열사의 적자를 메우는데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개방시대에 전방위 국제경쟁이 임박한 상황인데도 비교적 내실있는 B전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차질을 빚는 반면 산업구조 조정과정서 당연히 도태돼야할 C기업은 재벌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살아남는 사태를 빚어온 것이다.
정부가 상계인수라는 「비상」한 조치로 대 재벌정책의 일대 전환을 꾀하게 된 일차적 배경은 지난해 시도한 소위 「주력기업」 여신규제 완화제도가 사실상 실패로 끝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
정부가 당시 재벌이 업종전문화를 시도한다면 해당주력기업은 여신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주기로 했다. 그런데 상당수 국내재벌들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계열사를 내세워 「주력기업」으로 그룹의 돈줄로 삼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대통령까지 나선 「5·8」 비업무용부동산 매각종용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지난해 11월 현대그룹의 세금납부 거부해프닝 등이 겹치면서 당국의 대재벌정책 방향은 더욱 강경일변도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최각규부총리와 김종인 경제수석비서관 등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경제 효율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조만간 획기적 소유분산시책을 마련하겠다』고 언명해왔다. 정책실무팀들도 다양한 방향의 정책시안을 놓고 법령개정검토 등 활발한 도상연습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제시된 상계인수 방안은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증시침체나 만성적 자금난 등 각종 여건을 두루 감안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스런 소유분산시책은 상속증여 과정에서 조세징수를 통한 방법과 기업공개로 지분을 매각케 하는 수단이 있다. 그렇지만 현행 세제나 세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잦은 한편 증시침체가 지속되고 재벌기업이 공개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형편에선 정상적 수단이 힘을 발휘하기가 무척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과다한 은행차입금과 문어발식 상호출자로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20%대에 불과,「빈껍데기」 만남은 국내재벌의 파행적 경영구조부터 우선 칼을 대기로 한것같다.
상계인수방안은 지난 67년 멕시코에서 기업채무를 채권은행 출자로 강제 전환시킨 「브래디플랜」과 발상법이 유사하다.
비공개 주력기업의 대출금중 일부를 해당기업 지분으로 바꿔 주거래은행이 인수한다면 한편으론 기존대주주의 지분비율이 낮아져 소유분산이 이뤄지고 기업입장에선 상계된 금액만큼 대출규모가 줄어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볼수있게 된다.
그러나 상계인수조치 시행의 관건은 은행이 경영상 불이익을 얼마나 감수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시말해 자산가치 평가가 어려운 미공개기업 주식을 떠맡는 대신 막대한 이자수입을 안겨주던 채권중 상당부분을 포기해야하기 때문.
이와관련 정부고위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기업간 사계약 형식으로 추진하되 상계인수 작업이 촉진될 수 있게 후속 보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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