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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론」의 우/강병태 베를린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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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론」의 우/강병태 베를린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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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안전협정 서명을 약속하면서 『주한미 핵무기철수 등 모든 요구조건이 충족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외교적 승리」를 애써 강조하고 있는 모습은 앞으로 진행될 북한 핵문제 처리과정과 관련,음미할 가치가 있다.북한측의 이같은 모습은 북한에 대해 「당근」보다는 「채찍」을 앞세울 것을 외치고,핵문제 해결진전도 「채찍」의 승리로 여기는 시각에서 볼때는 허세에 불과하다. 이런 시각에서는 『결코 믿을 수 없는 북한을 계속 단호히 몰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을 외칠법도 하다.

그러나 상대방에 패배감을 남기는 일방적인 외교적 승리는 결코 진정한 국가간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는 고전적 교훈을 유념한다면 북한이 허세로라도 「승리」를 외칠 수 있게 된 상황은 바람직한지 모른다. 이점은 당연히 논란과 파란이 따를 사찰 실시과정을 위기없이 이끌어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이르는데도 계속 배려돼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북한핵문제의 실질적 해결단계인 국제사찰 및 남북한 상호사찰은 그동안의 명분다툼과 외교게임과는 또 달리 결코 「채찍」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시설에 대한 사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 당사국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핵안전협정비준 발효후 북한의 핵시설에 관한 보고에 의혹이 있을 경우에 국제원자력기구가 사찰대상을 선정해 실시하는 특별사찰에도 북한의 동의가 전제다. 이 특별사찰 제도가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안전협정 체결국의 동의없는 강제사찰은 국제조약이나 국제법 원칙상 생각할 수 없다.

국제원자력기구 차원에서 이 사찰문제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안보리에 넘겨진다. 그러나 이는 아직 전례가 없고,유엔안보리라고 해서 북한에 대해 이라크와 같은 강제사찰을 실행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유엔안보리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움직이지만,쿠웨이트침략의 죄과와 걸프전 패전의 멍에를 진 이라크와 북한의 경우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북한대사 전인찬이 『우리는 패전국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은 그런 면에서 허세가 아니다.

결국 「어리석은 발상」으로 규정지울 수 있는 군사행동론을 배제한다면,사찰과정의 험로를,넘어서는데는 설득과 신뢰구축을 통한 해결이 유일한 선택이란 결론에 이른다. 남북동시사찰 합의 등 최근의 진전에 「핵문제실종」 등을 외친 우리사회의 「채찍」론자들이 사찰 실시과정에 불가피할 논란에 다시 헛된 강경론을 내세우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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