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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작명법/이진희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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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작명법/이진희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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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기관의 옛 소련 표기가 중구난방이다. 7일자 신문을 보자. 한국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이 독립국가공동체(CIS)라고 썼고 동아·중앙·조선일보가 독립국가연합,세계일보가 독립국연방으로 돼있다. 또 그동안 독립국연방을 고집해 오던 연합통신도 7일부터 독립국가연합을 채택했다. 외무부가 CIS의 한글표기를 독립국가연합으로 하기로 한지 하룻만의 일이다.일본정부조차 CIS의 자국어 표기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터에 외무부가 6일 CIS의 우리말 「공식명칭」을 확정한 일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외무부의 이번 결정은 몇가지 점에서 졸속이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첫째,외무부의 이번 유권해석은 CIS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CIS의 소련어 원명은 「소두루제스트보 네자비시므이흐 고수다르스트프(Sodruzhestvo Nezavisimykh Gosudarstv)로 독립국가친목체란 뜻이다. 간단히 부연하면 이들은 「연합」이나 「연맹」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피하고 11개 구성국간의 친목체라는 성격을 강조한 CIS를 택한 것이다. 소련 언론은 이를 자국어 약자인 SNG(에스 앤 게)로 표기한다.

둘째,CIS 한글표기와 관련한 외무부의 작업과 그 결과를 전달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원래 까다로운 한자나 외래어 표기를 확정하려면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치는게 상례다. 일례로 이 심의위는 지난달 10일 그동안 혼선을 빚어온 중국의 개방도시 심천을 「심수」 대신에 「심천」으로,옛 백러시아를 벨로루시로 각각 표기키로 확정해 이를 공표함으로써 현재 모든 언론이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외무부는 유독 이같은 결정을 무시하고 벨로루시를 아직도 「벨라루스」로 표기해 혼선을 빚게 하는가 하면 CIS의 호칭에 관한 자신들의 결정을 알리는 형식도 정식공문이 아닌 보도자료의 형식을 빌렸다.

게다가 독립국가공동체 참가국의 명칭도 러시아연방·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공화국·투르크메니스탄 등으로 연방·공화국 또는 국을 붙이지 않는 것 등 무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는 해당국가의 정식국호를 한글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치못할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옛 소련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에서 보이는 어미 「스탄」은 중앙아시아 회교권 국가에서 「땅」을 뜻하는 말로 통상 카자흐공화국의 「공화국」과 같은 뜻으로 쓰여져 왔다.

따라서 독립국가공동체 참여국가의 명칭도 일정한 원칙아래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형태로 쓰여져야만 할것이다.

그런 면에서 옛 소련의 한글표기에 대한 외무부측의 대응자세는 다소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앞으로 교육부 등 관련부처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언론외래어 심의공동위원회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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