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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월권」(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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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월권」(장명수 칼럼)

입력
199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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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김영삼대표의 6·29선언」이란 제목으로 민자당 대통령후보는 경선해야 한다는 글을 썼는데,그후 내가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찬성하는 쪽이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었으며,그중 귀기울일만한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민자당 3계파중 과거 민주화에 기여한 사람들은 민주계이고,명실상부한 문민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민자당 인사들중 김영삼씨가 그래도 적임자이다. 「경선」이나 「총선후 후보결정」을 주장하는 계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층 임을 주목해야 한다. 모양이 좀 나쁘더라도 노 대통령이 김영삼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끌고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나은 방법이다』

이러한 견해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차기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전시대적 행태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침묵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의 심중에는 소위 「반YS파의 음모설」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진의」를 몰라 온정국이 마비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은 분명히 다음 대통령후보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가장 심사숙고해야할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일뿐 아니라 민자당의 총재이니 총재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영향력아닌 결정권을 가지려는 생각을 하고 있고,김영삼대표는 그에 의지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데 있다.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차기대통령후보를 「가시화」하거나 김영삼대표에게 「언질」을 주거나 「담판」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그 소문들은 온국민을 흥미진진하게 몰고가면서 한편 불쾌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총재가 차기대통령 후보를 「가시화」하고 「언질을 주고 「담판」할 권한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대통령 직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투쟁에 항복했던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차기대통령 후보결정을 당의 민주적 절차에 맡기는 겸허함을 가져야 한다.

노 대통령은 후보가시화가 자신의 권한 밖임을 직시하고,공개적이며 민주적인 논의를 통해 정치일정과 후보선출방식을 하루빨리 확정지어야 한다. 대통령 한사람의 「진의」가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전시대적인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

자유경선이란 대통령에게나 김 대표에게나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부담을 피해 편법을 사용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거대여당인 민자당의 대통령후보는 군소정당의 후보와 다르다. 노 대통령이 「후보결정권」에 집착한다면 「물대통령」이란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민주화의 정착에 노력했다는 평가까지 멀리 뒷걸음질칠 것이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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