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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누가 주는가/정달영(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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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누가 주는가/정달영(화요칼럼)

입력
199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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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신드롬대권구도를 둘러싼 집권여당의 불투명한 기류가 정국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어온 현실을 감안하면 「김영삼 대통령후보」의 시계내 등장여부와 그 시기는 1992년 연두의 첨예한 국민적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후보 내정설이나 가시화 표명,또는 그같은 흐름에 대한 여당내 역류 등을 두고 국내 언론매체들이 다소 떠들썩하게 보도를 집중하고 있음은 당연한 추세로 보인다.

더구나 「김 후보 내정」 같은 결정적 사실의 단서가 선문답의 말꼬리잡기 수준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느낌을 주고있음은 추리적인 흥미마저 보태주는 일이어서 관심을 증폭시킬만 하다.

과연 「김 후보」는 결정되었는가. 또다른 무슨 「변수」들이 남아서 우여곡절을 예비하고 있는가.

그 해답은 아마도 곧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 해답에 관계없이,집권 여당의 대통령후보를 둘러싼 대권구도 논의와,그에서 비롯되는 우리사회의 대권 신드롬에는 석연치 않은 문제가 있다.

대권은 누가 누구에게 쥐어주는 선물인가. 국민은 권력잡기 놀음의 구경꾼일 뿐인가. 손들어주기식 후보결정과정이라면 그것이 공당의 모습일 것인가.

○지구적 시각

대권을 누가 잡는가도 중요하지만,그보다 더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는 대권을 잡은 「다음 대통령」이 맞이하게될 우리의 험악한 현실이 되리라는 경고는 음미할 값이 충분하다.

상황을 보는 지구적인 시각과 인식이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대권관련 보도가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신문의 잘 보이지않는 구석에 1단짜리 지방기사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장폐수가 흘러들어 물고기 수만마리가 떼죽음을 했다는 「흔한 뉴스」이다. 요즘 신문의 기준으로 보면 1단도 과분한 지방소식일 뿐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내정되었다는 1면머리 기사보다는 이 보잘것 없는 1단짜리 기사가 실은 더 핍진하다. 대권이 국내적·국지적·한정적인 문제이고 술수의 영역이라면 물고기의 떼죽음은 전지구적·전인류적 사활의 문제이고 치명적인 진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한개의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가설」에 의해서도 지구는 유례없는 위기의 연대를 맞이하고 있다.

달에서 돌아오던 아폴로우주비행사가 목격한 지구는 「너무나 작고 아름답고 가냘픈」 모습이었다.

지구는 지금 가냘프고 아슬아슬하다. 많은 환경론자들은 그들의 글을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1992년은 스톡홀름 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된 때로부터 20주년이고,바로 그 때문에 최대의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세계정상회의의 형태로 올 6월에 소집된다. 지구적 위기에 대한 지구적 시각의 협력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관심의 흔적이 없다.

오늘의 세계는 혁명적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다. 사회주의의 몰락과 냉전체제의 붕괴는 당장 한반도의 허리에 통증으로 다가온다. 아픔을 이기면서,남북한은 지금 40여년 분단의 얼음을 녹이려는 순간이다. 지구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가 동시에 국내상황에 직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에게 지구적 시각이 필요한 까닭이다.

○서울의 표정

한국일보 석간의 2면에는 「세계의 표정」이라는 고정란이 있다. 전세계 20개 주요도시의 「첨예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매일 같이 알려준다. 그 「세계의 표정」은 무엇인지 헤아려 볼만 하다. 아마도 우리의 표정은 실체도 없는 대권 신기루에 매달려 가는 처량한 모습이기 십상이다.

북의 김일성주석은 그의 신년사에서 「흰 쌀밥에 고깃국 먹는 사회」를 이야기했다. 애처로운 고백이고 직설법이다.

세계 최강국의 지위에 올라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아시아순방길에 나서,지금 서울에서 머물고 있는 중이다.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화통한 대통령의 수사가 있을 것인가. 그것들이 제아무리 대내용이라 한들 그들의 「체면불고」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도무지 권력에의 집착이 지나치게 강한 민족인듯 하다. 대권이 「첨예한 관심사」로 남아있는 한 우리의 「쥐고 짜고」 하는 우물안 놀음은 계속될 것이다. 한번 잡은 권력을 결코 두번다시 내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신문의 1면 머릿기사가 언제나 대권주변을 맴도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 된다.

그러나 한번만 더 곰곰이 따져 물어볼 일이 남는다.

그 대권은 누구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올해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물음앞에 더 진지해야 한다.<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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