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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장벽기념물 철거반대” 술렁(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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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장벽기념물 철거반대” 술렁(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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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검문소 자리에 「아메리칸 센터」 건축싸고/시민단체들 시·정당등에 저지호소/언론도 “미의 베를린 재점령” 맹공/미선 “이전지 따로 마련” 제의속 중재기대【베를린=강병태특파원】 베를린장벽의 동서간 통로의 상징이었던 「체크포인트 찰리」 검문소자리에 있는 장벽기념물이 미국기업의 「아메리칸 센터」 건축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군이 관장하던 체크포인트 찰리는 전쟁전 베를린의 중심부인 프리드리히가에 위치,장벽구축이후 30년 가까이 숱한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분단의 비극과 동서냉전을 상징해왔다.

장벽붕괴에 따라 검문소도 철거된 후 그 자리 옆에는 「체크포인트 찰리 하우스」란 기념관과 함께 약 7백평방m 넓이의 땅에 노천기념물이 설치됐었다.

이 노천기념물은 24m 길이의 장벽잔해와 동독 검문소건물 장벽탈출 희생자의 추모십자가 및 체크포인트 찰리자리에 서있던 미군지역 경계표지판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지난해 철수한 미군주둔군 사령관이 기증한 표지판은 「여기까지가 미군관할지역」이라는 표지가 영어 불어 독어 러시아어 등 4개국어로 쓰여져 있어 전승국에 분할점령됐던 베를린의 기구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 노천기념물과 기념관은 61년이래 장벽에 얽힌 파란만장한 비극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념물을 모아온 라이네 힐데브란트(77)란 독일인이 주도해 만든 것이다. 그는 지난해 베를린시 당국으로부터 부지를 임시로 빌려 노천기념물을 설치했었다.

논란은 미국기업 컨소시엄이 이 부지를 포함한 주변일대를 매입,미국기업들의 베를린 진출기지 역할을 할 아메리칸 비즈니스센터를 지을 계획인 것과 관련해 일고 있다.

중부유럽 개발그룹이란 이 컨소시엄은 4억달러를 들여 사무실 상가 등이 들어설 4개의 대형빌딩을 올 여름 착공,94년 장벽붕괴 5주년기념일에 개관할 예정. 이에 따라 최근 부지소유주인 베를린시 당국은 노천기념물 부지를 7월1일까지 비우라고 통고 했다.

이 전격적인 통고에 힐데브란트노인과 시민운동단체들은 『전후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장소를 없애는 것은 과오』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역사적 장소를 상업화하는 것은 동독공산정권의 반미구호를 정당화시켜주는 형국』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힐데브란트노인에 의하면 미국 컨소시엄의 대리인인 전 헝가리주재 미 대사 마크 파머는 지난해 5월 처음 비즈니스센터 건축계획을 공표하면서 기념물부지엔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측은 이같은 약속을 어기고 대신 『비즈지니스센터내 적당한 곳에 기념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제의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미국측의 이같은 기만은 당초 반대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술책이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함게 「체크포인트 찰리의 역사적 장소를 보호하기 위한 모임」이란 연대운동을 조직,시의회와 각 정당에 사업계획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과거장벽 주변의 재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시당국은 양측의 타협을 기대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은 은연중 반대론에 동조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시민운동단체들과 언론들은 표면적으로는 문제의 기념물들이 동독공산체제가 쌓은 장벽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독일분단의 악몽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은 영원한 의무」라는 시민운동 단체들의 구호에는 분단의 주역 미국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아메리카 센터 건축계획이 발표됐을 때 언론들이 보인 반응에 드러났었다.

당시 언론들은 미국기업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화장품재벌 에스티로더의 상속자인 전 미 국방차관보 로널드 로더와 영화 「람보」 시리즈제작자 앤드루 바이니 등이 속칭 「미국기병대」로 불리는 미국제일주의자들임을 지적했었다.

언론들은 이들이 「아메리칸센터는 자본주의 승리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의 베를린 재점령기도」란 가십을 썼었다.

미국기업측이 과거 베를린 분할점령의 상징물들은 굳이 없애려 하고,시민단체들이 그 분단의 악몽을 영구히 기억하려는 데서 빚어지고 있는 논란의 의미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금싸라기땅」으로 변한 장벽기념물 부지의 경제적 효용에 대한 고려는 오히려 부차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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