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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의 새투자(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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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의 새투자(장명수 칼럼)

입력
1992.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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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연휴가 끝나자마자 정주영씨는 「정치가로서의 새출발」을 선언했다. 그는 『총선·대선에 직접 출마하거나 신당의 총재를 맡지는 않겠다』고 말했지만,많은 사람들은 그가 결국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정부수립후 40여년동안 우리나라의 정치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인정받을 만큼 신뢰를 쌓지 못했다. 그러므로 오늘날 관객들이 무대에 뛰어올라가 너도나도 노래부르겠다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정치를 해도 저사람들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투신하려는 것을 덮어놓고 나무랄 수는 없다. 군인들도 뛰어나와 30년이나 정치를 했는데,재벌이 군인보다 정치를 못하겠느냐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정주영씨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는 한평생 사업을 하여 벌어들인 엄청난 「사유재산」을 정치에 정치에 투자하려 하고 있는데,투자효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몇백억 몇천억의 돈이란 이미 순수한 사유재산일 수가 없고 공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며 그것이 기업인의 돈일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 돈의 축적에는 정주영씨 자신의 능력이 가장 크게 기여했겠지만 고도성장기에 재벌육성을 위해 쏟아부었던 정부의 온갖 특혜와 그에 대한 국민적 인내,그리고 근로자들의 노고가 함께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축적된 돈을 효과와 명분이 불분명한 일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는 잘 알려진대로 10대에서부터 불굴의 정신으로 농사,잡역부,쌀배달 등을 거치며 생을 개척해왔고 노년에 이르러 『지금까지는 돈버는 일만 해왔으니 이제는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해왔다. 자수성가한 원로 기업인의 술회를 우리는 뜻깊게 경청했고,그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궁금해하며 지켜봤었다. 그 선택이 「정치인으로의 변신」이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실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가 자신의 막대한 사유재산을 기술개발기금으로 내놓아 어려움을 겪고있는 한국경제의 재기를 위해 쓰고자 한다면 온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한평생을 경제발전에 바친 원로 기업인의 책임감,자기분야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자부심,부를 사회에 되돌리려는 무욕이 빛날 것이다.

며칠전 외신은 『포니차를 사려면 차라리 중고차를 사라』는 유럽시장에서의 악평을 전했다. 정주영씨는 「참신한 새정치」를 위해 투자할게 아니라 「일류자동차 포니」를 만드는 일에 투자하는게 옳다고 본다. 재계일선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생애를 보낸 그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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