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없이 자란 중학생 외아들을 경찰에 신고한 아버지는 내내 경찰서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가난이 싫었던 아내가 6년전 집을 나가버린 뒤 공사판을 전전하며 1남2녀만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던 안모씨(41·서울 송파구 마천1동)는 비정한 아버지가 된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기막힌 때문이었다.
아들(13·B중1)은 함께 사는 고모지갑에서 돈3만원을 훔쳐 지난 성탄절날 집을 나갔다. 나흘만에 아들은 입술이 부르트고 눈이 퀭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행여 비뚤어질까봐 야단도 치지못하고 속을 태우던 안씨는 3일아침 『불에 데었다』며 붕대를 찾는 아들의 양쪽 팔을 걷어보고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팔뚝에는 한눈에 보아도 담뱃불자국임을 알수 있는 흉한상처가 점점이 찍혀있었다.
아버지의 추궁에 아들은 그저 울기만 했다. 이날 하오 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함께 집밖으로 외출했던 안씨는 골목어귀에서 아들을 반기는 같은또래 소년들을 만났다.
이들의 불량스러운 외모로 보아 아들의 상태가 이미 심상치않은 정도임을 짐작한 안씨는 아들과 친구한명을 붙잡아 인근 파출소에 넘겼다.
경찰앞에서 아들은 짐작도 못한 그동안의 행적은 낱낱이 털어놓았다.
『동네선배·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어느날 몇시 어디서 본드를 마시고 오락실에서 학생들을 협박,돈을 뜯고… 』 아들의 진술을 들으면서 안씨는 정신을 잃었다.
『아들만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던 안씨였지만 막상 자신의 손으로 잡아넣은 아들이 형사계 피의자 대기실에 머리를 떨군채 쭈그려앉은 모습을 보자 가슴이 갈가리 찢어졌다.
그저 밥세끼 잘 먹이고 춥지않게 재우고 학비와 용돈을 챙겨주면 잘 크리라 생각하고 새벽부터 오로지 돈을 벌기위해 전력을 기울였던 안씨는 모든 잘못을 그저 자신에게만 돌리고 있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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