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임신년 바로 원숭이해다.원숭이는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인간의 진화과정을 이야기할때 원숭이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과 뗄레야 땔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인간은 원숭이가 인간과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인지 애써 이를 인간과 비교하려 한다. 그들의 지능·생태 심지어 성행위까지도 저울질의 대상이 된다. 인간의 이같은 호기심과 연구열은 인간의 지능이 인간과 가장 닮은 원숭이 보다 뛰어난데서 오는 우월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팬지가 조금 영리하게 행동하면 3∼5세 어린이 정도의 지능을 지니고 있다고 감탄한다. 원숭이가 조금 재주를 부리면 깜찍하다느니 귀엽다느니하고 칭찬한다. 그러다가도 평소 마음에 들지않은 사람이 조금 재주를 부리면 원숭이처럼 잔재주만 피운다고 꼬집는다. 이 말은 인간의 원숭이에 대한 얄팍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처럼 원숭이를 내려다보면서 우월감을 가질뿐 원숭이의 좋은 점에 대해선 일을 다물고 산다. 원숭이는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을 잘지키고 절제할 줄도 안다. 인간생활처럼 자질구레한 충돌이 있고 겉모습 또한 무질서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일단 정해진 집단의 규칙이나 서열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섹스조차도 그렇게 한다. 팬티를 입지않는 원숭이는 팬티를 입은 인간보다 성에 관한 한 더 절도가 있다. 강간도 근친상간 등도 지혜롭게 피해나간다. 스스로 산아제한을 하는 원숭이도 있다.
팬티를 입고 원숭이보다 지능이 높다고 우월감에 찬 인간은 번식보다는 쾌락을 위해 더 성을 이용한다. 원숭이는 인간과 반대다. 종족번식을 위해서먼 절도있게 성생활을 한다. 때를 그리고 장소를 가려 이를 행하는 것이다.
이점은 인간이 원숭이 앞에서 큰소리를 칠 수 없다. 인간은 때와 장소·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인간이 팬티를 입은 것은 수치심도 배려됐지만 지나치게 가지고 있는 성욕구를 억제하려는 인간양심의 최후선이 아닌가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임신년은 원숭이의 절도있는 생활과 함께 「임신」이란 한자 그 자체에서도 많은 뜻을 살펴볼 수가 있다. 옥편에서 「임」을 찾아보면 북방임,간사할임,짊어질임 등의 풀이가 나와있다. 때로는 「임」(맡길임)이나 「임」(아이밸임)의 뜻과 맥락이 통할때도 있다. 「신」엔 펼신,기지개켤신,거듭신,낯살편신,원숭이신 등의 풀이가 딸려있다.
「임신」이란 두 한자를 이러한 뜻은 커다란 선거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임신의 글자뜻 그대로 일을 떠맡아 힘차게 밀고 나갈 사람이 우리의 일꾼으로 뽑힌다면 국민들은 정말 낯살을 펴고(신) 살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임인」(간사한 사람)의 교활함에 놀아나 그러한 인간을 우리의 대표로 선출한다면 낯살을 펴고 살 날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무질서와 과소비 풍조로 낯살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중용을 잃어버리고 분수를 모르고 날뛰었던 것이다. 올해도 벌써 분수없이 날뛰는 사람이 등장하는 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우리는 예부터 중용을 잃고 흔들리는때 등 어려운 시절에 아기를 물리쳐달라고 큰집이나 사찰지붕위에 평소 멸시했던 원숭이상을 만들어 놓곤했다. 이러한 풍습엔 팬티를 입지 않았음에도 절도있게 사랑하고 규칙을 잘지키는 원숭이의 바른생활을 모범삼으로려는 뜻이 은연중 숨어있다. 올해는 낯살펴고 원숭이만큼만이라고 절도있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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