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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통상관계 재정립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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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통상관계 재정립 자리

입력
1992.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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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접촉 격상등 입장 조율/농산물·금융등 개방확대 요구… 정부 상당한 부담/부시방한 서울의 시각부시 미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한반도 정세가 지난 연말의 핵문제 해결로 급진전한 가운데 이뤄져 남북한 및 주변국과의 정치·외교 및 안보 관계에 새로운 협력관계가 모색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의 방안은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순방 자체가 침체된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국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일단 전제로 하고 있다.

노태우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여섯번째 만나며 두 정상이 새롭게 타결지어야할 현안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지난해 7,9월 워싱턴과 유엔에서의 정상회담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는 급변했다.

지난해 12월의 남북합의서 채택과 한반도 핵문제 타결,그리고 소연방의 완전해체와 독립국가동동체의 출현이 이 기간에 이뤄졌다. 이는 다름아닌 동북아 지역의 냉전구도 청산과정이다. 따라서 한 미간에는 지난해 11월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구축한 기본적인 안보협력 관계의 틀을 재점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미국을 축으로 펼쳐질 새로운 새계질서에 대한 한국의 참여와 역할증대와 요구되면서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합한 협력의 틀이 모색되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최근의 한반도 문제의 진전,특히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평가하고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입장을 재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북한 관계 개선에 따른 미국의 대북한 접촉 격상문제를 비롯,남북대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미국의 지원방법 등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북한에 대해서는 조속한 핵안전협정 체결 및 발효와 핵사찰 교섭을 촉구하는 동시에 올해 팀스피리트 실시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국정상은 이밖에 일북 및 한중수교를 축으로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요인에 맞춰 역내의 안정을 도모하는 양국간 및 다자적 협력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팀스피리트훈련 문제,주한미군의 역할변경 및 남북합의서 후속조치와 관련한 한미간 외교·안보협의 사항 등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방한일정이 짧은 관계로 공동기자 회견을 통해 원론적인 선에서 입장표명이 기대되고 있다.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한 대화가 지속돼 왔으므로 정치·안보문제 보다는 양국 통상문제에 이번 방한의 주안점이 주어질 것으로 보고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에 이어 미국의 대아시아 교역국 3위이며 이번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이 「무역방문」(Trade Visit)으로 비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형·무형의 통상압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정부는 양국간 교역이 확대균형 추세에 있는 건전한 상태임을 들어 구체적인 통상마찰 보다는 통상확대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미국측이 이번 부시 방안을 계기로 1월중순 우루과이라운드(UR) 최종타결 시한을 앞두고 농산물 개방에 대한 요구와 서비스시장중 금융시장을 비롯,통신시장,지적소유권 분야에 있어서의 각종 규제완화를 요청해올 것이라는게 우리측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또 새질서 새생활운동 등 과소비억제운동과 다단계 판매 방식규제 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대해 정부는 그동안 시장개방에 적극 참여해왔다는 입장아래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부시 대통령이 빈손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안고 있는게 틀림없다.<한기봉기자>

◎재선의식 무리한 「압력」 안돼/대일 공동대응등 한미간 협력 중요성 인식해야/부시방한 기대와 전망

기대와 두려움이 범벅된 긴장된 순간에 부시 미 대통령을 맞는다.

기대는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합의로 이 지역에 진정 평화와 통일이 오고 있다는 사실과 한번만 더 뜀뛰기를 해준다면 한국경제도 W로스토우가 말하는 소위 고도 도약 순항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에서 나온다.

그러나 기대만큼 두려움도 크다. 북한이 비핵화 서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핵사찰 수용을 지연시킨다든지 고부가가치 산업의 진전없이 과소비,투기경제만 늘어간다면 통일이고 고도성장 경제이고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중요한 시점에 섰다.

소련없는 새 세계질서를 구상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경제가 아주 어려운 상태에 있다.

경기침체가 지금 17개월째 계속되고 있으며 실업률은 7%를 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부시 방안 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반드시 강조돼야할 조건이 있다.

첫째 한국방문이 선거용이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사실 부시가 11월말로 예정된 아시아 순방외교를 새해로 미룬것은 선거때문이었다. 그의 인기가 떨어지고 부시 지지후보가 참패하는데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달반을 미룬후 아시아 및 호주 순방외교에 느닷없이 『미국인의 직장을 창출하려는 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붙여 버렸다.

그러나 12월31일자 뉴욕타임스지 사설처럼 국가간 외교란 인내와 민감성을 필요로 하는데,대통령이 느닷없이 민주주의자 모습으로 표변하는건 그야말로 바보짓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미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고있는 한국에 대해 무역압력을 가한다는지,한국으로서는 수용 불가능한 쌀시장을 무조건 개방하라고 한다면 이는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에는 물론 결국에는 「선거정치인」이라는 혹평을 면치 못하게 된다.

둘째,한미관계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6번째 수출국이고,미국은 한국의 첫번째 수출국이지만 한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면 미국의 대한수출이 늘어난다거나 그 반대현상으로 양국관계를 규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고급기술과 한국의 고급인력이 합쳐 새직장을 창출할 수도 있고,미국이 난감해 하고 있는 일제 상품의 대응책도 공동으로 마련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여름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부시 대통령에게 대소 공동지원을 이미 구체적으로 제의한바 있다. 김종현 과기처장관은 미국에 대해 차세대컴퓨터 칩을 미국이 중단해 일본의 독주를 허용하지 말고 한미합작으로 개발을 계속해 일본에 대항하자고 제의한바 있다.

한국은 지난 11월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에 중국,대만,홍콩 등 소위 3개의 중국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여 새 아시아 경제구도를 설계해 태평양 세력을 자부하는 미국과 멋진 보합외교를 펼쳤었다.

부시 대통령이 왔다간 자리에는 이런 한미보합 관계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야 한다.

셋째,한미간 역사성이 장조돼야 한다.

미국은 비록 소극적 의미에서 일지라도 한국이 금세기에 맞은 두번의 비극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 1910년 일본이 한국을 병합했을때 미국은 필리핀을 점령하는 과정에 있으면서 한미수호 조약국으로서의 정의를 저버렸었다.(태프트­가쓰라협정).

6·25는 『한반도는 미국의 방어선에 들어있지 않다』는 「애치슨 선언」으로 공산주의 자의 침략이 고무돼 일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가.

한반도는 통일된다. 한미회담에서는 통일후의 한반도가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 안전과 평화의 반석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중요한 시기에 어렵게 이뤄지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한미간의 공동선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빈다.<정일화 위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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