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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호기로 활용을/김석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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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호기로 활용을/김석한(특별기고)

입력
199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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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의 부시 미 대통령 방한은 시장개방 압력의 차원에서 한국에 커다란 위협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부시의 이번 아시아순방은 외교적인 목적보다는 경제적인 목적이 더 우선이 되는 「무역방문」(trade visit)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성격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는 듯 이번 방문에서 부시는 이제까지 미 대통령의 외국순방에 으레 동행했던 국무장관 대신에 상무장관 모스배커와 미국의 3대 자동차메이커 회장들을 포함하는 20여명의 재계지도자들을 대동하고 나섰다. 이렇게 미 대통령이 직접 앞장서고 나선 전례없는 무역순방이 한국에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부시의 방한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측이 적절한 준비와 전략을 세워 대처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한국에 유리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한미 통상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입장과 공정한 한미 무역관계 조성을 위해 한국이 해온 이제까지의 노력을 미국정부의 최고위층인사인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고 함께 토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부시는 개인적으로 통상문제 보다는 외교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따라서 그가 한미 통상문제에 대해서 얻는 정보는 주로 무역대표부(USTR)나 상무부의 통상협상 대표들에게 의존해 왔다. 그 결과 한국측이 미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추진해온 보험·쇠고기·포도주·통신·지적소유권·외국투자·금융 등의 시장개방의 양보가 종종 미 협상실무진들의 공명심 때문에 미국측이 협상테이블에서 강한 압력을 가해 한국을 굴복시키고 억지로 받아낸 것처럼 다소 왜곡,과장되어 전달되기 쉬웠고 미국내의 여론에도 이러한 협상진의 공치사섞인 견해가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한국측의 처지와 성의는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고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한국은 일본과 같이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시장개방은 미국이 압력을 가해야 조금씩 마지못해 하는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심어져 온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가 악화되어 어느때보다 부시의 관심이 경제와 통상문제에 집중되어있던 차에 이루어진 이번 방문을 잘 이용한다면 한국측의 정확한 입장과 상황을 미국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부시 대통령에게 바로 전달하여 한국의 실정을 보다 정확히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중요한 한미 통상이슈의 목록을 정리하여 미국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고 한국이 받아준 것이 무엇이었으며 동시에 한국이 양보했던 것으로 인해 미국업계에 어떠한 헤택이 돌아갔고 또 이 때문에 한국업계와 전체경제가 얼마만큼의 타격을 감수해야 했는가 등을 논리적으로 밝힐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자신의 경제수준에 미루어볼때 나름대로 공정한 한미 통상관계 수립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이해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차후 미국의 대한통산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현재 부시 행정부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경제문제 때문에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이 처한 상황에 한국측이 적절히 대처한다면 부시를 한국의 우호적인 지원자로 만들수도 있다.

미국경제가 현재 심각한 침체상태에 처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부시순방의 주된 이슈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더 많은 수출과 더 많은 일자리」는 목전의 대통령선거의 주된 이슈와 곧바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또한 순방을 수행하는 상무장관 모스배커가 부시의 선거캠페인 총책임자 3인중의 하나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 까닭에 이번 아시아순방이 경제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적 곤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무역방문이 채택된 것이고,그러기 때문에 부시는 이번 「무역순방」에서 무언가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이 이미 미국에 시장개방 하기로 마음먹은 품목이 있고 그것이 또 시기적으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예를들어 통신분야같이­이러한 때 과감히 양보함으로써 통상의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부시의 인상을 호의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선거에서 부시를 정치적으로 돕는 것이 되어 부시가 재선되었을 경우 미국의 대한 통상정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듯하다.

셋째,이번 부시의 방문은 부시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 전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부시방문은 미국의 언론방송들의 큰 관심을 모을 것이고 결과에 따라 미국내에서의 한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 언론을 통해 공정한 무역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이미지가 미국민에게 긍정적으로 심어진다면 이것은 미국의 한국상품의 구매력에도 플러스요인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상문제는 실무선에서 주로 다루어져야 할 행정적인 문제에 더 가까운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통상문제가 고위레벨에서 취급될 경우에도 총괄적인 수준에서의 설명에 그치고 상세한 사항은 실무선으로 돌리는 수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미국의 최고위레벨에서는 한국측의 관점에서 제시된 한국의 정확한 경제적 상황에 대하여 어두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최대한 활용,실무적인 수준의 구체적인 문제들도 양국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다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한국의 정확한 경제적 상태 및 그동안 한국이 행한 개방노력 등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해야한다.<재미국제통상변호사·한국무역협회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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