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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사람(정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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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사람(정경희 칼럼)

입력
199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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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권력­그것은 오랜 시대를 통해 창녀의 특권이었다』­1907년 노벨상을 탄 영국의 작가이자 시인 키플링은 창녀의 특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철학자 니체도 말했다. 『노예는 중대한 일에 책임을 질줄 모르고,위대한 것을 추구할줄 모르고,현재 이상으로 존중해야 할 과거나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새해는 밝았지만,우리에게는 기대보다 걱정이 태산같다. 5년동안 5백억달러를 까먹고도 올해에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5백억달러란 86년부터 89년까지의 흑자와 재작년과 작년의 적자를 합친 개략적인 돈보따리다.

그동안 아파트 짓고,네차례 선거를 치르고,올림픽 치르고,그뒤 「세계 사치품 올림픽」 치르느라 연기처럼 날린 액수다. 기업은 기업대로 땅투기에 세월가는 줄 모르다가 늪에 빠진 셈이다.

정치는 뇌물과 날치기와 폭력으로 온데간데 없고,「금수강산」은 공해와 쓰레기로 신음하고,끔찍스런 범죄에 인신매매가 어린이와 젊은 여성들을 떨게하고 있다. 산과 골짜기마다 쓰레기가 산더미같고,도시의 길바닥은 행인들이 내뱉은 껌딱지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

기업은 노임이 지나치게 올라가 수출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하고,근로자들은 기업이 부동산투기만 일삼다가 국제시장에서 밀려나게 됐다고 되받아치고 있다. 또 국민들은 썩은 정치,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권력 때문에 이 모양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나라. 당장의 책임도 문제지만 장래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야심찬 엘리트도 없는 나라가 지금 이 나라가 아닌가 싶다. 소위 「지도층」도,그리고 주권을 쥐고 있는 국민도 권리주장을 앞세울뿐 궁극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외면하고 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어쩔수 없이 북은 유엔에 「동시가입」했고,남북 합의서에 동의했고,지난 그믐날 핵문제도 합의했다. 적어도 문서상 남북공존의 기본적인 틀에 합의한 것이다. 아직도 불신의 벽은 높지만 역사의 큰 흐름은 대결보다 공존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될 일은 보다 정의롭고 보다 조화로운 사회를 향한 개혁이다. 국민 모두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주권자로 깨어나야 한다.

올해 안에 치러야 될 네차례의 선거 ­그것은 돈봉투잔치가 아니라,우리의 장래를 결정짓는 발전의 출발신호가 돼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창녀나 노예와는 다른 정상적인 사람대접을 받을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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