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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부시(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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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부시(장명수 칼럼)

입력
199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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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관광 진흥을 위해 영국 BBC TV의 광고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지난 연말 화제가 됐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노스웨스트 등 미국의 관광·운송회사들이 1백60만달러를 들여 제작,방송하는 이 프로에서 부시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장을 거닐며 푸른 초원과 해변,그랜드 캐니언,재즈음악 등을 자랑한 후 관광객을 이렇게 유혹한다고 한다.『미국관광은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대통령의 초대입니까』

그 광고방송을 보기도전에 우리는 상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된다. 부시의 연기가 탁월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대통령을 관광진흥 광고방송에 출연시킨 아이디어는 너무나 탁월한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날로 치열해져가는 세계의 경제전쟁 속에서 대통령이 어떤 자세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정곡으로 꿰뚫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이런 시대적 요구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가 없다. 지난 연말연시에 한국·동아·중앙 등 각 일간신문이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정치 지도자의 자질」로 「경제난국 극복능력」을 꼽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37.4%,중앙일보 조사에서는 58.3%,동아일보 조사에서는 37.9%가 「경제발전 추진력」을 차기대통령의 요건으로(또는 차기대통령의 최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지리멸렬한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능력보다 경제적 능력을 차기지도자의 더 중요한 요건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현재 정치인들의 수준과 형편이 어떠하든간에 국민은 더이상 기다려줄 수 없고,국가의 형편 또한 더이상 여유가 없다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

호주·싱가포르·한국·일본 등 4개국을 순방중인 부시 대통령은 어려움에 빠진 미국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가는 곳마다 시장개방 압력을 최우선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걸프전 승리로 치솟았던 국민의 인기가 불경기로 크게 하락하자 그는 작년 연말 아시아 순방계획까지 연기하면서 변신노력을 해왔는데,미국 국민들은 지금 미국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세일즈 맨으로 뛰고 있는 대통령을 보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1명의 실업인들까지 대동하고 이번 여행길에 올랐으며,5∼7일의 우리나라 방문에서는 쌀시장 개방 등의 압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역시 재선을 노리고 있는데,선거를 앞둔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부시처럼 빠른 변신으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정치권의 지리멸렬이 새삼 한심스럽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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