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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기관사·역무원의 원단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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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기관사·역무원의 원단 소망

입력
199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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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겨진 경원­금강산선 철마/새해엔 다시 힘찬 경적을…/“높은 산도 민족 비원 막지못해”/눈덮인 북녘 그리며 “두근두근”「원산 1백22.6㎞,내금강 1백16.6㎞,정위→원산,반위→내금강」 눈이 쌓인 92년 첫날,경원선과 금강산선을 가르는 전철기를 잡은 늙은 기관사와 역무원의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뛴다.

『손잡이를 올려 표지기에 푸른 반원(정위)이 나타나면 흰 연기를 뿜는 철마가 철령산맥을 넘어 원산만으로 내달았고 손잡이를 내려 노란 화살표(반위)가 나오면 푸른 전철이 금강산 설경 속으로 빨려들어 갔지요』

민간 통제구역에서 북쪽 4㎞인 강원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 구철원역터 철도분기점. 해방전 금강산 전기철도주식회사 역무원이었던 엄영섭씨(76·농업·강원 철원군 철원읍 화지5리 457의37)와 전 경원선 기관사 김봉환씨(66·철도박물관 근무·경기 안양시 안양3동 762의2)는 새해엔 남북의 철맥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경원선 철도종단점인 신탄리역서 군사분계선의 월정리역까지 16.2㎞ 구간은 91년 한해동안 측량·설계가 끝나 금년부터는 철도복구를 위한 용지매수가 시작된다. 철원­금곡구간 금강산선 24.5㎞도 측량을 실시한 뒤 남북협의의 진전에 따라 93년이후 착공하면 불과 15개월 이내에 복구할 수 있다.

『원산에서 들어온 청어 명태를 실어가느라 철원역은 소달구지로 종일 북적거렸지요. 명태가 철원까지는 살아서 오고 서울가서 죽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19세때 기관사가 되어 경원·평원선 등을 달렸던 김씨는 북녘을 바라보며 옛 풍경을 회상했다.

높이 2천1백척으로 통칭됐던 검불랑터널서는 증기기관차가 힘에 부쳐 1㎞나 뒷걸음쳐 내려간적도 많았다. 1910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경원선 구간에는 우리 의병들이 일제철도 건설부대와 싸웠던 전적지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터널 14개,교량 19개로 연결된 경원선은 철원평야를 출발,복계­고산간 철령산맥 준령의 해발 9백m 고개를 힘겹게 넘어 함남 안변평야로 힘차게 치달았다. 경인선과 연결돼 한반도를 횡단했던 경원선은 북지선과 이어져 만주땅까지도 갈수 있었다.

『험하기로는 금강산선의 단발령이 세계 제일이라고 했습니다』

1923년 운행을 시작한 금강산 전철은 하루 8차례씩 다니기도 했고 단풍이 한창인 10월1일∼20일엔 서울역을 밤11시에 출발,새벽6시30분 내금강에 도착하는 특별침대열차까지 운행됐다. 주로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이었던 관광객들은 서울서 잠이든 뒤 금강산 속에서 깨어나 장안사를 거쳐 해금강으로 산을 넘은뒤 원산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금강산선은 관광뿐아니라 주요산업 선로이기도 했다. 창도광산에서 채굴되는 유화철은 늘 2∼3개씩 연결된 화차에 가득 실려나와 경기일대 베어링공장과 흥남의 비료공장에 운반됐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일제는 내금강­창도간 49㎞의 레일을 철거,군수품 제작을 위한 고철로 사용했으며 해방후에는 소련군정과 북한정권이 40∼50량의 전철차량을 군수품수송을 위해 자강도전철로 빼내갔다.

그후 북쪽 금강산선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않다.

엄씨와 김씨는 46년에 각각 월남했으나 많은 철도 종사자들이 소련군이 진주하자마자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평북·함경지역으로 끌려가 소식이 끊겼다.

『높은 산도 철마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40여년간 철길을 끊어놓고 있습니다』

노 기관사와 역무원은 남북의 철길이 어서 다시 열리기를 한결같이 기원했다.<철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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