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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대비하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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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대비하자(사설)

입력
199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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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서면 서태평양 연안의 아시아가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구미­선진권을 압도하는 경제성장을 지속해갈 경우 전쟁이라는 대재난이 일어나지 않는한 가장 활기차고 풍요하게 사는 지역이 되는 것이 10년내에 실현될 문제라는 것이다. 서기 2천년경에는 일본과 한국 등 NIES 4개국,ASEAN 5개국 등 10국의 GNP가 미국·캐나다 등 북미 3국의 GNP를 따라잡게 되고,다시 15년 뒤쯤에는 EC와 EFTA가 합친 통합유럽까지 추월할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말하자면 세계 경제판도가 3개블록으로 나뉠 것이고,태평양의 아시아블록이 그중 으뜸가는 최대의 경제력을 확보하리라는 시나리오인 것이다.따라서 잘 적응해 나갈수만 있다면 한국이 맞을 21세기는 고무적이고 낙관적이라 할수 있다. 더구나 소련연방의 소멸에서 비롯되는 세계질서 재편의 흐름은 북한에까지 영향을 주어 한반도에도 긴장완화를 가져왔다. 남북한이 고위회담과 핵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대관계를 해소해가는 과정에 있고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하고 있으며 통일문제가 서서히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21세기는 한국에 있어서 한민족의 오랜 비원인 통일이 이룩될수 있는 통일의 시대이기도 하다. 태평양시대를 좀더 의욕적이고 진취적으로 맞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제2의 경제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태평양시대의 맹주가 되고자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입지와 지분은 장미빛 미래가 아니다. 그점을 우리는 늘 상기해야 한다. 지금도 국제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것이 우리의 약점이 되고 있지만 태평양 블록안에서 우리는 일본의 앞선 기술과 동남아국가의 기술추월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는 처지를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룩해내야 하고 경쟁여건을 강화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블록경제에서 2인자를 용남하지 않을 일본의 두터운 벽을 어떻게든 공략해 나가는데 국민적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통일의 꿈은 화려하지만 그 과정은 결국 통일 비용이라는 돈의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을 우리는 통독과정에서 배웠다. 감상적 통일이나 무턱대고 나서는 통일지상주의만으로는 내실있는 준비가 어려울 것임도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은 21세기에 가서 다시한번 1백년전인 19세기 말처럼 불안정 기류에 휘말릴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대결구도의 한복판에 설수 있다는 것이 한국이 다른 블록내의 아시아국가보다 불리한 여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군사력은 빠져가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계속 확보하려고 할 것이고 경제대국 일본은 몰라보게 군사대국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 중국은 경제성장에 맞춰 어떻게 정치발전을 이룩해 가겠느냐가 관심사이고 소연방대신 등장한 러시아공화국의 체제확립뒤 거취도 주시해야할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강국의 21세기판 힘겨루기는 예측불허가 된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이 직면해야할 진정한 난관과 장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대외쪽보다 대내쪽의 요인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안정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안정을 뒤흔들고 있는 이 나라의 갈등구조의 해소여부가 최대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빈부간의 갈등,계층간의 갈등,지역간의 크고작은 갈등 등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없이 피곤하다. 국력이 쓸모없이 헛되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망국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 갈등의 싸움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총체적 위기를 벗어날 재간이 없다.

갈등을 해소시키고 용해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정치가 할수 있어야 하지만 정치자신이 더 격심한 갈등속에서 헤매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국가지도력까지도 갈등의 물결위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갈등을 극복하려는 해법은 국민쪽에서부터 나와주어야 한다. 그것은 이기주의를 벗어나는 일부터 시작될수 있을 것이다. 분수를 깨닫지 못하는 개인의 이기주의,집단이기주의,지역이기주의가 내편네편을 가르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있다고 보기때문이다. 그와함께 우리는 한탕주의 배금사상,인명경시풍조같은 불안요소들도 함께 털어낼수 있어야 한다. 천박한 과소비 문화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하고 실종된 국민의 근로정신도 되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대로 흘러가다가는 몇년 뒤에는 남미형 경제파탄의 아시아판 모델이 한국에서 태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새해에는 대통령선거 등 4대선거를 치러야 하기때문에 금품타락선거에 의한 선거인플레가 두렵다. 경제가 나빠져있는 상황에서 유례없는 선거시리즈로 경제가 거덜이 날지도 모른다. 정말 진지하게 따져봐야할 현안이다. 돈이 덜드는 선거를 해낼수 있게끔 유권자가 주도해내는 깨끗한 선거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우리는 그 과정에서 21세기를 이끌수 있는 정치지도자들부터 제대로 골라 뽑음으로써 오랫동안의 저질정치인 시비의 종지부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 미국경제가 왜 붕괴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지도자와 국민이 있기때문에 헤매고 있다. 우리는 다르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고는 있다. 어떻게 해결해갈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모두가 들고나서야 한다. 자력자주의 길만이 번영의 길로 통하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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