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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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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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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미명을 불사르고 새아침이 밝아 온다. 해돋이는 힘차다. 여명은 희망의 빛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장엄하다. 「해야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고운해야 솟아라/산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산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고운 해야 솟아라」 ◆명암이야 엇갈리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어둠보다 밝음이 좋다. 어둠은 시련이고 고난이라면 밝음은 희망과 전진이 아닌가. 빛은 어둠을 밝히고 별은 취위를 녹인다. 대춘의 마음엔 이 두가지가 함께 포개진다. 올해 새 아침은 유난히 밝음에 대한 기원이 세차디. 이젠 흘러간 세월에 묻힌 지난 한해가 그렇게 밝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쁘고 장한 일이 많았으나 궂은일도 호되게 격었다. 그래서 밝음에 대한 소망은 더욱 간절한다. ◆구체적인 소망은 무엇일가. 먼저 실명상태의 정치가 투명해 지기를 바란다. 마침 금년이 4대 선거의 해이니 호기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네차례나 정치에 직접 참여하게 되어 있다. 우리의 앞날이 우리 손에 달렸다는 뜻과 통한다. 투명한 정치를 바탕으로 불명의 경제에 광명을 회복시켜줄 책임도 있다. 주어진 기회를 못살리면 어둠으로 밀려날 뿐이다. ◆번뇌의 근원인 사견과 망집에 사로잡혀 진리에 어두운것을 불교에서는 무명이라고 말한다. 실체를 모르거나 잊고서 거품에 매달림을 의미하는 것이다. 범죄와 사회악은 이 무명에서 헤어나지 못함이다. 「어둠의 자식들」에게 밝은 빛이 고르게 비쳐져야 밝은 세상이 빨리 찾아온다. 무명·실명·불명을 이겨내기 위해 말갛게 씻는 고운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20년전 새해 첫날 아침에 「해」를 쓴 박두진 시인은 한국일보 신춘시단에 다음의 시를 보내왔다. 「날마다 어김없이 해기 뜨겠지/어김 없이 우리앞에 밤도 오겠지/더러는 성가시게/더러는 뼈아프게/싫어도 우리에게 시련있겠지/싫어도 우리에게 수난오겠지/그래도 우리는 가야 하겠지/끝까지 의기충천 가야 하겠지」 다시 읽으니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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