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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자괴감/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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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자괴감/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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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사노맹 중앙위원인 노동자시인 박노해피고인과 동해시 재선거 부정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받아냄으로써 검찰의 신미년 대사는 대강 마무리가 됐다.말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는 검찰은 『큰 일들을 대과없이 잘 마무리지었다』는 자부심을 내세우면서도 『이젠 좀 쉬고 싶다』는 피곤과 착잡함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다.

「6공 최대비리」로 일컬어지는 수서지구택지 특혜분양사건을 비롯해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크고 작은 공무원 뇌물사건 등 검찰의 91년은 「검은돈 찾아내기」로 대표된다.

재벌기업 회장 현역의원 청와대 비서관 등을 구속함으로써 얼핏 검찰이 입버릇처럼 외쳐대는 「엄정한 법집행」의 표본처럼 보이기도 했덤 검은돈 찾기 수사는 실상 의욕을 따르지 못했다는게 검찰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 베테랑 검사는 『문제가 됐기 때문에 사법처리는 했지만 각종 검은 정치자금이 구조적으로 횡행하는 마당에 그런식으로 걸리지 않을 정치인이 몇이나 되겠는가』고 우회적으로 심경을 토로했고 다른 중견검사는 『금융실명제도 안되는 상황에서 며칠밤을 새우며 자금추적을 할때는 「눈가리고 아웅」역을 맡은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검찰권의 무력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큰 007가방엔 1억원이 들어가고 라면상자에는 5억원까지 들어간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들은 검은 돈이 판치는 세태를 개탄하면서 『검찰수사는 빙산의 일각을 걸러내는 하수종말 처리작업』이라는 비아냥을 부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우리 검찰은 올해에도 스스로 검찰권을 발동해 외압을 물리치고 샅샅이 의혹을 밝혀내는 진정한 민주검찰상을 이룩하지는 못한 셈이다.

검찰을 6개월 이상 곤혹스럽게 했던 유서대필 사건도 재판부가 강기훈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의구심이 남는 것은 권력의 그늘에서 눈치를 살피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새해에는 한탄만 늘어놓지 않고 요즘 유행어대로 『이게 뭡니까』라고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검찰의 이미지가 부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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