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 주위 살펴주세요”/“혹시나” 점쟁이찾기 300회/장난전화도 이젠 기다려져대구 성서국교 다섯 개구리소년들의 가족에게 이번 세밑은 고문의 시기가 됐다.
멀리 나갔던 자식들이 고향과 부모를 찾아가는 귀성행렬은 이들의 타들어가던 가슴을 마구 찢어놓고 있다.
봄햇살에 땅이 열린 지난 3월26일 개구리를 잡으러 나간 어린것들은 흰눈에 대지가 다시 닫혔어도 종적이 없다. 지치고 병든 부모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이제 「신령님의 계시」에만 매달리고 있다. 믿고 기대할 곳이 더이상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성탄전야 차가운 비를 맞으며 대구시내 점쟁이 집을 찾아갔다.
용하다는 「심령술사」는 한동안 주문을 외우더니 김영규(11·성서국교4)의 어머니 최경희씨(37)를 지목했다.
신령이 내려왔다는 뜻이다. 넋이 나간 최씨는 『달서구 장기동…』이라고 읊조렸다.
가족들은 곧 「신령님의 계시」라고 반기며 어둠속에 비를 맞으며 달서구 장기동 뒷산에 올랐다. 온밤을 산속을 뒤지며 새운 가족들은 부옇게 동이 터서야 수색을 끝냈다. 속옷까지 젖은 채 손등과 옷이 온통 덤불에 찢기고 머리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서로의 모습을 보다 부둥켜안고 울었다.
가족들은 매일,어느날은 두곳이상 점쟁이·보살·도사 등을 찾아 다닌다. 줄잡아 3백번이 넘는 헛걸음을 할때마다 『다시는 부질없는 짓을 하지말자』고 다짐하지만 또 누군가 『용하다더라』는 얘기를 하면 어쩔수없이 찾아 나선다.
가족들은 모두 지치고 또 지쳤다. 가족들에게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불들게 해주는 것은 공교롭게도 숱한 허탈감만 안겨주는 점쟁이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죽으면 혼이 오는데 아이들 혼은 불러도 오지않는다』며 『분명히 살아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세상이 원망스럽다. 경찰이 고생하는 것은 보아서 알지만 꽁꽁 숨은 간첩이나 시국사건 관련자는 잘도 찾아내면서 5명이나 되고 얼굴도 알려질대로 알려진 아이들을 왜 한명도 못찾는지 답답할 뿐이다.
국민들의 무관심도 섭섭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크게 떠들어대면 잠깐 관심을 보이는듯하다 그때뿐인 것 같다.
두달전부터는 하루에 2∼3번씩 걸려오던 제보전화도 뚝 끓어져 버린 상태다. 이제는 그 원망스럽던 장난 전화조차 기다려질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그립다.
정부에도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특별자수기간을 정하고 특별담화라도 발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아이들만 돌려보내면 죄를 특별히 사면해 주겠다는 담화라도 발표하겠다』고 말한다.
김종식군(9·성서국교3)은 꼭 1년전인 지난 1월1일 아침 아버지 김철규씨(39),누나 순옥양(12)과 함께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
이곳에서 빌면 반드시 효험이 있다는 전설이 있는 갓바위에서 종식군은 『새해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어 아버지는 『대견하다』고 칭찬했었다. 아버지 김씨는 새해 첫날 새벽 다시 갓바위에 올라 그렇게 착한 종식이를 다시 보게 해달라고 빌참이다.
김철규씨는 『우리 다섯 부모들의 아픔이 마지막이길 바란다』며 『아이의 뼈에 단지 한점살이 불어있더라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애써주신 국민여러분들에게 더 힘써 달라고 매달리기도 미안한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딱 한번만 더 주변을 자세히 보아 주십시오』 해를 넘기는 개구리소년 가족들의 피맺힌 부탁이다.<대구=이상곤기자>대구=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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