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입 가정학습」 빠짐없이 풀어”/중고 6년 줄곧 1등… IQ 백56/“과학 선진국 진입 일익 맡겠다”/부모는 한국통신 20년 직장동료 맞벌이서울대 물리학과에 지원,학력고사 3백36점으로 전체수석의 영광을 차지한 이학호군(18·양정고 3)은 브람스와 삼국지를 좋아하는 IQ 1백56의 수재.
빠듯한 가정형편으로 과외 한번 받아본적 없지만 중·고교 6년 동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모의고사 성적이 최고 3백34점까지 나왔던 이군은 이번 학력고사에서도 국사(2점짜리)·영어·화학과목에서 각 1문제씩 놓쳤을뿐 나머지 과목은 모두 만점을 맞았다.
『과수석 정도는 기대했으나 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전체수석을 차지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이군은 90㎏에 육박하는 육중한 체구만큼 듬직한 목소리로 『과학선진국 진입의 일익을 담당하는 물리학자가 되는게 꿈』이라고 밝혔다.
지난 72년 옛 영등포전화국 기계과에 함께 근무하게 되면서 만나 결혼한 아버지 이용귀씨(42·한국통신 구로전화국 시흥분국 전자교환 실장)와 어머니 성모란씨(39·서울 신설동전화국 114 안내원)는 20년 동안 직장동료로 맞벌이를 하는 어려움속에서도 이군을 훌륭하게 뒷바라지 해왔다.
『남들 다 하는 과외를 시키지 못해 가슴이 아팠는데 수석합격까지 했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자식자랑을 감추려하지 않는 이씨는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밤늦게 공부할 때 책이나 신문을 보면서 함께 앉아있어 준것 이외에는 특별히 해준것 없다』면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머니 성씨는 『들쭉날쭉한 근무시간 때문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게 늘 마음에 걸렸다』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도맡아 거두어준 시어머니(65)에게 수석합격의 공을 돌렸다.
이군은 지난 8월 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선경그룹과 백상재단이 후원한 제1회 전국고교생 대입 학력경시대회에서 자연계 동상을 차지,일찌감치 고득점의 가능성이 예견됐었다. 다른 학교의 쟁쟁한 수재들과 겨뤄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해보기 위해 경시대회에 응시했다는 이군은 시험장의 긴장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과 동상 수상으로 자신감을 갖게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이군은 또 『고1때부터 한국일보의 대입 가정학습지를 빠짐없이 풀었는데 새로운 문제에 대한 대응능력을 길러주는 등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하오8시까지는 학교에서,밤12시까지는 집에서 공부했으며 잠도 하루 6시간 이상 충분히 잤다. 브람스를 들으며 공부에 찌든 머리를 식혔고,삼국지·논어 등 동양고전을 틈나는대로 읽으며 사고의 폭을 넓혔다.
이군의 책장에 꽂혀있는 각 과목의 핵심사항을 정리한 두꺼운 대학노트 9권은 그의 고교 3년 학습내용을 압축한 것. 꼼꼼하고 알차게 정리된 노트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만든 것이다.
전세 2천만원짜리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396의175 이군의 집은 어려운 가정형편속에 일구어낸 수석합격의 영광으로 따뜻한 온기가 넘쳐흘렀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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