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개발 효력상실” 현대루트교체/「코레스」등 직교역 구체안 전달/북측 경제협력 전향 자세 확인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내달중순 평양 공식방문 계획이 28일 밝혀진 것은 향후 남북교류 전개와 관련,몇가지 중대한 시사점을 갖는다.
먼저 김 회장은 북한의 행정부격인 정무원으로부터 공식초청장을 받은 사실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국내 민간경제계 인사가 공식적으로 북한 땅에 발을 디딘 사례는 지난 89년초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렇지만 당시 현대 정 회장은 북측의 사회단체인 조평통위원장이 초청하는 형식을 빌려 김 회장 방북건과는 초청주체의 위상에서 현저히 차이가 난다.
더구나 이번 초청은 시기적으로도 이달초 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분단이후 처음 쌍방당국이 합의서에 서명했고 내년 2월 6차 회담을 통해 합의내용을 구체적 교류협력사업 추진으로 발전시키기로 예정된 단계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이번 초청은 한편으로 북측이 합의서 서명이후 경제협력 교류사업에 매우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당국자간 협의채널인 2월 고위급회담이 보다 알맹이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김 회장을 통해 미리 북측의 의향과 세부사업 내용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로 보면 실향민인 현대 정 회장이 고향을 찾은 감회에 젖어 금강산관광개발 등 다소 감상적인 사업구상을 제시했다면 대우 김 회장은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교류사업계획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단기간내 실현가능한 프로젝트 위주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측이 최근 해주지역에 2백만평 규모의 합작공단을 설립하자고 제안해온 사실 등으로 미루어 북한 내부의 실제 경제형편에 관한 정확한 정보수집이 어려운 남한측 시각으로는 의외로 획기적인 사업제안을 접수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또 최근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경우에 따라 김 회장이 김일성주석을 포함한 북한권력층 핵심인사와 만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이번 방북을 향후 남북교류사업에서 대우그룹이 일차적 창구로 부각됐음을 공식화하는 계기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김 회장은 북경 등 제3국을 우회,극비리에 2∼3차례 평양을 방문하는 등 대북경협을 주도해 온 것으로 소문이 무성했었다.
이달초 고위급회담 직후 강현욱 경제기획원차관은 『현대측이 주장하는 금강산합작관광개발사업 추진 합의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언급,정부의 재계창구 교체방침을 뒷받침했다.
정부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번 방북기간중 ▲신용장 직거래를 위한 코레스(환거래) 계약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권유 ▲비무장지대 합작공단건설 ▲선봉경제특구개발 참여 등 구체적 제안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중 코레스계약은 남북간 직교역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제3국 금융기관을 매개로한 간접교역때 부수되는 수수료 낭비,영업비밀누설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장치다.
어쨌든 정부나 재계관계자들은 『김 회장 방북실현은 앞으로 민족내부 교역으로서 남북경협이 말그대로 실질 추진되는 단계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라며 『이제 민족경제공동체 완성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보다 냉정하고 짜임새 있는 접근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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