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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원/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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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원/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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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와 함께 이해도 다 저물었다. 올해도 지난 6일부터 전국 1백43개소에 등장했던 자선냄비는 24일 자정 성탄의 기쁨과 한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속에 사라졌다.자선냄비는 1891년 성탄전야에 폭풍으로 조난당한 사람을 위해 샌프란시스코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그 효시다. 올해로 1백주년을 맞았다. 이제는 미국 구세군자선냄비위원장 바버라 부시 미대통령 부인이 『구세군 자선냄비없이는 성탄절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사랑의 냄비」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선냄비가 등장한 것은 1928년. 이해 12월15일 서울 광화문거리에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란 구호와 함께 모금을 시작했는데,이젠 완전히 세모의 풍물처럼 돼버렸다.

그동안 자선냄비의 모양과 내용도 많이 변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말이 냄비지 냄비가 아니었다. 가마솥도 있었다. 시꺼먼 가마솥을 내걸고 종도 지금같은 딸랑딸랑하는 두부장수종이 아니라 큰종을 쳤다. 북을 두드린 때도 있었다. 자선도 물품이 중심을 이루었다. 밥·옷가지 등을 놓고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볏섬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은 없다. 현금이 전부다. 올해도 5억5천만원 목표에 5억3천만원(잠정합계)을 모금했는데 옛날과 달리 지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형편이 나아졌는지 아니면 인플레때문인지 동전이 옛날처럼 풍성하지가 않다. 자선냄비하면 돼지저금통을 떠올리던 관계는 옛말이다.

이는 동전의 값어치 즉 쓸모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지 모른다. 요즘 1원·5원짜리 동전은 구경조차 힘들다. 월급명세서·세금 등 공과금고지서에서도 한자릿수가 사라진지 오래다. 슈퍼마켓계산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1원·5원짜리 동전은 은행에서 이자를 지불할 때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찬밥신세가 된 1원·5원짜리 동전은 받는 사람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를 장롱서랍 등에 처박아버리거나 심하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 11월말 현재 1원짜리 동전은 5억4천9백여만원,5원짜리는 11억3천9백여만원 어치가 발행돼 있다.

형편은 10원짜리라고 크게 다를 것 없다. 공중전화도 카드용 전화기가 증설됨에 따라 그 사용폭이 줄고 있다. 좌석버스를 타고 5백원이나 천원짜리를 내면 10원단위의 거스름돈은 운전사옆의 바구니속에서 적당히 집어가도록 할 만큼 관심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다가 동료들의 열려있는 서랍을 보면 10원짜리 동전 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주머니가 무거워서 그렇다지만 역시 귀찮스러운 존재가 된 것이다. 11월말 현재 10원짜리 동전은 2백66억9천여만원이 발행돼 있다.

사장되는 것은 1·5·10원짜리 동전뿐아니다. 외국동전도 같은 운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1백56만9백여명이 해외여행을 했다. 해외여행을 하다 귀국할때 쯤이면 남는 것은 각국 동전이다. 이를 가지고 귀국해도 장롱속에서 잠자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인당 평균 1달러정도의 동전만 가지고 들어왔다고 해도 1백56만9백여달러(11억원)가 제몫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조비가 액면가보다 더 많은 우리동전과 외국동전을 활용하는 즉 살려내는 방법은 없을까. 구세군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처럼 사장되는 동전의 활용을 위해 각 회사·관공서 등에 종이상자로된 자선냄비를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미해볼 만한 방법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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