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높은 파도 예상/미 “유전스 확대하라” 끝없는 요구/당국 줄것은 주고 쌀등 고수전략/미 금융정책까지도 간섭… 중장기 대책 강구 시급내년 1월 서울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또 다시」 강도높은 통상압력을 넣고 있어 관계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웨딩턴 미 재무부차관보는 최근 우리 재무부에 서신을 보내 외상수입(유전스)대상 확대조치를 왜 취하지 않으냐며 그 결과를 연말까지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무차별적인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선언해 놓고 있고 금융시장 개방요구는 끝이 없다. 심지어는 통화관리 및 외채관리상 일체 금지되어 있는 상업차관도 허용하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미국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간의 통상현안을 「말끔히」 처리했던 전철을 밝아 이번에도 그후 새로이 제기된 통상현안들을 한꺼번에 해소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에 모스배커 상무장관과 십여명의 기업인 대표가 수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 정부당국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의제가 안보문제여서 통산현안은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 7월의 정상회담때에도 통상 현안이 주의제가 아니었지만 측면 공격을 받아 미국측의 요구사항을 몽땅 들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상황이 비숫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통상문제로 정상회담 분위기가 흐려져서는 안된다』는 모종의 압력성 기류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국내 경제문제와 직결되어 있지 않은 사항은 거의 대부분 구체적 일정을 제시,단계적으로 미국측 입장을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시에 모든 것을 수용하면 국내여론상 모양이 좋지 않다는 이유때문이다.
한편 수용불가능한 사안으로는 쌀개방과 외상수입 확대 상업차관 허용 등 3가지로 정해놓고 있다. 쌀개방은 단순한 경제문제 차원을 떠나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이 되어 있고 외상수입 확대와 상업차관 허용은 국제수지 적자가 날로 확대되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빼고는 우리정부가 미국에 주기위해 준비하고 있는 보따리는 다양하다. 제법 무게 있는 것도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몇년째 계류중인 메리오트사의 기내식 공장설립과 카길사의 식용유 제조 공장설치 허가라 할 수 있다.
메리오트사 기내식공장은 이미 외국인 투자를 인가,그린벨트까지 풀어줘가며 공장부지를 마련토록해 놓고 있지만 실무적인 행정절차에 걸려 공장성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카길사의 식용유 공장은 제도상 개발은 되어 있으나 외국인 투자 인가가 아직 나있지 않다. 이번에 이들 두 회사의 민원을 모두 매듭지어 주기로 한 것이다.
금융전산망 개방도 여기에 가입을 희망한 바 있는 시티은행이 관련시설만 갖추면 언제든지 가입시켜 주기도 했다.
또 미재무부가 줄기차게 압력을 넣고 있는 환율변동폭 확대건도 적극적으로 수용,현재는 일일변동폭이 전원기준가의 ±0.6%로 되어 있으나 내년 3월안에 ±1.0%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와함께 외국금융기관의 외환투기를 억제키 위해 시행하고 있는 외환포지션 관리제도도 내년 1월 완전 폐지키로 했다. 현재는 금융기관이 외환을 매입할 경우 전월매입 평잔의 1%이상을 의무보유토록 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아킬레스건인 주식시장 개방폭도 대폭 확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3일의 주식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한도를 종목당 10%(기본한도),개인당 3%로 제한해 놓고 있다. 이를 더 넓히라는 것이다. 재무부는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종목당 한도를 15%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쌀개방 외상수입 확대 상업차관 허용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기위해 이같은 카드를 준비하고 있지만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1월의 정상회담에 이어 내년 3월경에 한미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이번에 해결하지 못한 현안을 다시 거론하겠다는 자세다.
한미간의 통상마찰을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금융정책 시행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재벌여신관리 제도와 은행창구 지도의 폐지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미국은 주한 미상공회의소를 앞세워 체계적인 개방압력을 가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대응체제는 지리멸렬이다.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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