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년 한해도 저물어 갑니다. 고향떠난 사람들은 세밑이면 고향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북녘땅에 고향을 두고온 실향민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겁니다. 40여년전 고향을 등지고 떠난 실향민의 한사람으로 조국통일을 오매불망하기에 김 주석에게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편지를 올리는 무례를 용서해주기 바랍니다.고향을 떠나 올 때는 20대 초반이었으나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랑하는 가족들의 안부도 모르고 살았으며 고향방문 한번 못하면서 살아온 것이 한이 되어서 이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특히 얼마전 연형묵총리가 서울에 와서 남북 합의서에 서명한 것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얻게된 것입니다.
우리겨레는 근세사가 시작되기전부터 수난의 연속 속에서 살아온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화도조약을 위시하여 열강들의 일방적 요구에 굴복하며 맺어진 각종 불평등조약과 열강들의 힘의 각축장으로 두번이나 뜻하지 않은 전쟁터가 되어 국토가 파괴,황폐화되었으며 드디어는 일제의 야만적 강탈로 망국의 수모를 맛보았습니다.
36년이란 긴 세월을 수모와 수탈의 억울함을 당하다가 말기에 이르러서는 징병,징용,정신대로 꽃다운 젊은이들이 생명과 명예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해방되었다고 기뻐하는 순간 조국분단이라는 쓰라린 비운을 맞게되어 다시한번 약소민족의 비애를 맛보게 되지 않았습니까.
또한 6·25로 인한 민족적 비극은 이 강산을 다시한번 폐허로 만들어놓고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파괴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이런 우리의 민족적 수난을 자국의 패전후 경제복구에 십분 이용했으며 지금에 와서는 세계적 부국으로 부상하여 국제사회에서 행세하고 있지 않습니까. 생각할수록 분한 노릇입니다.
우리는 이런 억울함에서 빠져나와 우리도 그들 못지않게 아니 그들을 앞서기 위하여 이를 악물고 노력해야할 때가 아닙니까.
그런데 김 주석은 이 분단된 조국을 통일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중의 한사람입니다. 김 주석 생전에 이 민족적 비원을 이루어주기를 바랍니다.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수난만 당한 우리민족을 세계에 앞서가는 선진국이 되게할 관건은 통일에 있으며 이 통일은 남북 지도자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은 원래 부지런하고 슬기로운 민족입니다. 그동안 국운이 여의치 않아서 또한 국토의 분단으로 민족의 통일된 저력이 발휘되지 못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모든 문제는 통일로서 풀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서로 껴안아야 합니다. 서로 용서하고 서로 용서받아야 할것입니다.
요즘 세상은 과거와는 달리 발전속도가 너무나 빠릅니다. 일년이 늦어지면 그만큼 우리민족에 미치는 손해는 막대합니다. 시간은 금이라고 하는데 조국통일은 하루가 아쉽습니다. 조국이 통일되어 서로 자본 노동 기술 등을 유무상통한다면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서도 앞서가는 위대한 나라로 도약할 것입니다. 분단 40여년은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가장 아픈 악몽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아픔을 치유하여 기쁨과 영광스러운 역사로 전환시킬 수 있는 책임은 김 주석에게도 큰 몫이 있음을 명심하여 속히 결단을 내려주기 바랍니다.
흡수통일이니 하는 것은 기우일 것입니다. 우리는 한 가족 한 혈족이 아닙니까. 특히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차분히 풀어나가면 뜻밖에 쉽게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국제적 보장도 가능할 것입니다. 통일의 전초단계로 우선 우편물교환을 통해 이산가족들의 안부확인 절차를 거쳐 물자교류 및 합작사업,연장자들의 상호방문 등이 이루어지도록 일대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민족과 역사가 김 주석의 결단을 갈망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최용록신부·절두산 순교기념관장>최용록신부·절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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