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국 소련지위 부활없을것/세계판도 이젠 우리 손아귀에”/베이커등은 “독립국공동체 오래못갈것” 전망【워싱턴=정일화특파원】 20세기말의 정치가중 미하일 고르바초프만큼 역사의 찬사를 받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시 미대통령은 25일 고르바초프의 사임에 즈음해 특별성명을 내고 『냉전의 쓰라린 분리를 종식시키고 유럽을 자유로운 하나의 세계로 만든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혹평했던 레이건 전 대통령도 『분단의 장벽을 헐고 쇠사슬에 묶인 시민을 풀어준 인물이며 역사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소련 역사의 시발자인 블라디미르 레닌과 그 역사를 정리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비교해 보면 분명한 두가지 대조점이 나온다.
첫째는 레닌이 인민을 독재의 쇠사슬로 묶어 노예로 만든 사람이라면 고르비는 그 쇠사슬을 인민으로부터 풀어 자유인을 만든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둘째는 레닌이 독재의 쇠사슬을 씌우는 과정에서 1천5백만 인민을 처형한 반면 고르바초프는 볼셰비키혁명후 74년이나 묵은 쇠사슬을 푸는데 단 한명의 고의적 희생자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르바초프는 독재공산체제로 돌아가려는 군사쿠데타를 막아낸후 그런대로 소련제국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품위를 지킨채 결국 사임했다.
고르바초프의 구소련을 이어받은 보리스 옐친의 독립국가공동체(CIS)의 장래는 이미 백악관에서 세부적으로 그려 놓고 있다.
우선 CIS의 맹주인 러시아공화국은 소련을 계승하는 국가로 인정하는 한편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며 전 소련땅에 흩어져 있는 2만7천여개 핵폭탄에 대한 최종관리자가 된다.
유엔상임이사국 자리를 러시아가 승계하는 문제는 선례가 있다. 1947년 인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질때 인도는 그대로 과거자리를 승계했고 파키스탄은 신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유엔헌장은 회원국자격이 국호의 변경,국경선의 변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중국이 유지하고 있던 안보리상임이사국 자리를 중국이 떠맡은 것도 한 예이다.
미 국무부는 주소대사 로버트 스트라우스를 주러시아공화국 대사로 승계 발령하는 한편 CIS소속 11개 독립국중 미국이 러시아공화국에 이어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공화국의 겸임대사를 하도록 결정해 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5일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백러시아,카자흐,키르기스 등 6개국은 독립국가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머지 6개국에 대해서는 「인권침해문제나 기타 민주적 절차문제가 합당한 선까지 풀린 후에라야」 독립국가로 인정할 방침이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까지 소련의 위기가 아직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며 언제든지 거대한 내전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품위있는 은퇴,옐친의 단계적 개혁추진 등의 관점에서 보면 『소련내전이 일어나 급기야는 그 위기가 세계평화를 깰 지경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 소련사태는 오직 미국의 분석 또는 예측대로 나가고 있을뿐이다.
베이커는 CIS의 운명에 대해 지난 20일에 있은 브뤼셀회견에서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옐친이 맹주가 돼 11개국이 새로운 국가공동체로 뭉쳤지만 과거 소련이 누리던 주권국 지위는 더이상 존재할 수 없으며 또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70년 공산독재체제를 벗고 러시아공화국이 완전한 자유주의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더 할일이 남아있다. 구 소련의 계승자인 CIS는 무엇보다도 74년에 걸친 공산독재가 저지른 죄악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공산혁명에서 저지른 악행,수용소 군도의 실태,KAL 007기의 비밀 등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러시아는 새 시대를 맞는 진실된 준비를 할수 있다. 이것은 옐친의 임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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