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고장 질책 긴장/더 바빠진 「시민의 발」/상오1시부터 차량점검등 “부산”/“시간이 생명” 기관사들은 「기상 노이로제」전철과 지하철 종사자에게는 새벽1시30분부터 4시40분까지가 하루중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시간이다. 전동차가 운행중일 때는 할 수 없는 각종 정비 및 수리,선로 보수,전기시설 점검 등의 작업이 대부분이 시간대에 이루어진다. 더욱이 최근 운행사고가 잇달아 발생,요즘의 새벽일은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24일 새벽1시30분께 서울 구로역 부근 서울전동차 사무소 넓은 차고에서는 하루 운행을 끝내고 빽빽이 들어선 전동차 사이로 80여명의 검수계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각종 장비로 전동차를 점검하는 금속성,전동차를 정비차고에 끌어 들이고 끌어내는 소리,소음속에 동료들끼리 지르는 맞고 함등이 어우러져 차고는 새벽시장처럼 시끌벅적하다.
검수계 직원들이 안전운행을 위해 하루도 거를수 없는 점검사항은 모두 90여가지. 출입문동작 상태를 확인하는 일에서부터 각종 견인·제동장치,집전장치와 각종 변압기를 연결하는 특별고압회로 부분에 이르기까지 점검이 끝나면 방송 및 통신시설,자동정지장치 등 정밀부품은 새 기술에 적응키 위해 별도로 훈련된 특수조직원들의 몫이다.
74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부터 종사해온 검수계 B조 안오봉검수장(38)은 『전동차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차체 결함으로 운행중단될 때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감정』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어느때보다 긴장된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새벽에 집중되는 전동차 정비작업은 구로기지외에 군자·창동기지 등지에서도 이루어진다. 전력공급을 끊고 전철운행도 중단된 상태에서 해야하는 선로보수,전기시설 보수 등도 어쩔 수 없이 새벽일이다.
25일 새벽1시께 서울 영등포역 한켠에서는 경기 보선사무소 직원들이 작업하러 나가기 위해 장비점검을 서두르고 있었다. 이날 작업은 구로∼가리봉역 구간의 선로보수로 전동차 운행이 재개되기 전인 새벽4시까지 돌아와야 한다.
1종 기계작업 4반 10명은 출발해도 좋다는 무선연락을 받자마자 멀티플(선로를 일시적으로 들어올려 수평과 줄을 맞추는 장비)을 운전하며 현장으로 떠났다. 안영래반장(51)은 『현재 5개 기계작업반이 중부권 일대 5개 지역에서 새벽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선로보수현장에서 가리봉역 쪽으로 3백여m 떨어진 곳에서는 서울 영등포 전기사무소 직원들이 용역업체인 S전기 직원들과 함께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해 주는 급전선을 지탱하는 철제구조물 교환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도권 전철개량공사의 일환인이 작업에는 새벽마다 20∼30여명의 직원이 동원되고 있다.
지하철 각 구간에서도 서울지하철공사 1·2전기사무소 직원들이 새벽4시까지 선로보수작업을 마쳐야 출근길의 시민들을 제시간에 맞을 수 있다. 제1전기사무소 선릉분소 직원 권오운씨(53)는 『새벽마다 3∼4명이 한조가 돼 모터카를 타고 순회보수작업을 한다』며 『잦은 고장으로 면목은 없지만 그래도 지하갱도에서 혼탁한 공기를 마셔가며 모든 정성을 기울이는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 만큼은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런 작업들이 한창 열기를 더해갈 무렵인 새벽3시30분께면 각 차량기지에 기관사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기관사들은 운행 1시간전쯤에 나와 검수계 직원들과 함께 전동차 상태를 최종점검하고 시험운전도 한다.
지난 24일 4시40분발 인천행 첫 전동차를 운전한 김승현씨(35)는 『전철운행은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기관사들의 새벽기상 시간은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며 『지난 9월 목포에서 전입해와 11월초에야 전동차 단독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긴장감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새벽일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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