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장… 「국회통과」 아직 분안풀려제주도출신인 홍익대 정윤형교수(54·경제학)의 올 세밑은 유난히 우울하다.
「제주도개발특별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정 교수는 말썽많은 「제주도개발특별법」이 국회에서 날치기통과된지 1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분을 삭일 수가 없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 법은 한마디로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법』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작 제주도민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채 제멋대로 입안됐고 잉태에서 출산까지 온통 변칙으로 일관된 법이라는 것이다.
제주도가 아름답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 교수는 그러나 아름다운 만큼 슬픈섬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늘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금세기초까지만 해도 죄인들의 귀양지인 천형의 땅으로 버림받았고 해방직후에는 좌우익싸움에 휩쓸려 숱한 주민들이 이념이 뭔지도 모른채 희생됐다.
근대화의 물결속에서도 제주도민들은 외지인들의 「개발」을 서글픈 심정으로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지금도 외지자본율이 70∼80%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법까지 시행되면 주민들은 막대한 「육지와 외국돈」에 밀려 삶의 뿌리까지 뽑히고 말 것이라는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내가 제주도출신이 아니었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80년 계엄직전 1백33명 지식인 서명에 참여한 세칭 「운동권 교수」로 해직됐다 84년 복직한 정 교수는 10세때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유학와 줄곧 살았으므로 오히려 서울사람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팔순노모가 지키고 있는 제주시 고향집을 찾을 때마다 매년 화려하게 바뀌는 마을풍경과 사람들의 심성을 대하면서 상처를 입는다.
정 교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해체하지 않고있다. 기왕에 법은 만들어졌으니 내년에 연이어 있을 4대선거에라도 제주도민의 의사를 결집,표출해내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이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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