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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문화(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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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문화(장명수 칼럼)

입력
199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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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정착되지 않은 부정적인 현상에 마구 문화란 말을 붙이는 것에 대해 나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고스톱 문화」란 이미 우리에게 낯선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 사회단체는 서울 탑골공원에서 5천벌의 화투를 불태우며 「도박없는 건전사회」운동을 벌였는데,당장 연말연시의 여러 모임에서 화투를 없애자고 하면 난감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화투나 트럼프놀이가 도박으로 발전하여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고스톱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일 것이다. 남녀노소,교양정도,빈부격차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였다하면 고스톱판을 벌이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부모형제,친척,동창,직장인 모임 등에서 고스톱은 거의 유일한 시간보내기 수단이다. 사람들은 모이는 즉시 고스톱을 시작하여 헤어질 때까지 계속한다. 적당한 돈이 오가는 도박의 재미가 있고,승부욕을 자극하고,참가자들끼리 별다른 대화나 예절이 필요없다는 점 등이 고스톱의 매력인 모양이다. 그래서 시아주버니와 계수씨,직장상사와 부하 등 평소에 어려워하던 사람들도 고스톱판에는 허물없이 어울리고,잠이 많은 사람들도 보통 밤을 새우게 된다.

특별히 엄한 집안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의 가정에 오래전부터 화투 한두벌씩은 있었고,새벽잠 없는 할머니들이 이른아침 하루운수를 화투로 점쳐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그저 심심풀이로 존재하던 화투에 「맹렬성」이 합쳐져서 오늘과 같은 고스톱문화가 형성된 것은 70년,80년대의 맹목적인 맹렬함과 관계가 깊다.

고스톱문화는 어떤 모임에서든 진지한 대화나 사귐을 기피하고,조용한 시간보내기를 거부한다. 그저 머리 안아프게 시간을 보내며,떠들썩하게 즐기고,돈을 따면 더욱 좋다는 생각이다. 고스톱문화는 점점 더 우리들의 모임에서 대화와 토론을 뺏고,밀린 정을 나눌 기회를 뺏고,조용하게 시간보내는 습성을 뺏고 있다. 외국의 공항로비에서까지 우리 여행자들이 둘러앉아 남이 욕하든 말든 시끄럽게 고스톱판을 벌이게 된 것은 이 문화가 얼마나 맹목적 맹렬성을 지녔는지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여러 모임에서 고스톱을 줄이고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밀린 정담을 나누고,사회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윷놀이처럼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도 하고,진지하게 사람과 사귀려는 노력을 하면서 연말연시를 보냈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고스톱으로 밤을 새울 때보다 뭔가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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