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야학 한평생/「서울교육상」 받은 김한태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야학 한평생/「서울교육상」 받은 김한태씨

입력
1991.12.26 00:00
0 0

◎운수업 제쳐놓고 “불우소년인도” 25년「수도서울의 교육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6일 제13회 서울교육상을 받은 성지학교 김한태교장(58)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25년동안 불우청소년과 결손가정자녀들을 모아 사회교육사업을 해온 김 교장에게는 상보다도 「번듯한 시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장이 사회교육사업에 뛰어든 것은 33세때인 지난 66년. 공군상사로 전역한 뒤 제대기금(퇴직금)과 빚을 얻어 3륜차 12대로 운수사업을 시작하다 16∼17세 또래의 조수들의 생활모습을 보고 느낀것이 많았다. 국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기본적인 예절도 모르고 세파에 시달리느라 성품도 거칠어져 있었다.

김 교장은 「내 사업은 이 아이들을 바르게 인도한 뒤 해도 늦지않다」고 생각,운수업을 그만두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던 주차장의 「하꼬방」 사무실에서 조수 15명에게 핸들 대신 책을 잡게 했다.

내친김에 김 교장은 인근 국민학교의 가건물을 빌려 영등포청소년 직업학교란 간판을 걸었다.

구두닦이와 기름때절은 소년들이 학교를 드나들자 국교생 학부모들의 반대도 거셌지만 교장선생과 같이 이들을 설득하며 「야학」을 운영해 나갔다.

78년에는 강서구 화곡동으로 옮겨 강서청소년직업학교를 꾸려나가다 81년 강서구청의 도움으로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종합복지회관 건물 2·3층에 무료로 입주했다.

86년 개정된 교육법시행령에 따라 김 교장은 「교육부에서 학력을 인정하는」 사회교육시설 학교로 등록하고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뜻을 이루라는 의미로 교명도 성지학교로 바꿨다.

현재 성지학교의 학생은 중·고교 과정의 주·야간 합쳐 6백50명.

어려울 때마다 자신의 가르침을 받고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2천5백여명의 제자를 생각한다는 김 교장은 서울시교육상 상금으로 받은 3백만원으로 농협일반미 90부대를 사서 끼니를 걱정하는 90여명의 학생들에게 「설빔」으로 줄 예정이다.<이시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