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대 합격자가 발표될때마다 「고득점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포항공대의 합격자 전원이 3백점이상 이었고 연세대 고려대도 합격자의 절반 안팎이 3백점을 넘었다.30일 발표예정인 서울대에서는 과목별로 만점사태가 빚어지고 합격자 전원이 3백점을 상회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고득점 사태는 고액과외를 없애고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대입학력고사 출제원칙을 벗어나 고사 자체의 변별력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교사·학생들에게 혼란을 안져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제관리를 맡은 중앙교육평가원은 『앞으로도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목표에 맞춰 교과서 범위내에서 되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즉 그동안의 학력고사가 영어 수학 등 특정과목을 중심으로 다소 어렵게 출제돼 학생들이 이들 과목을 아예 포기하거나 과열과외를 하는 비교육적 현상이 빚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이고 건전교육 풍토조정을 위해 쉬운 출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붙고 보자」는 식의 입시풍토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문제만 쉽게 출제하면 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안이한 생각이 아닐까. 오히려 거죽만 훑는 부실한 고교교육을 더욱 파행을로 몰아갈 소지가 크다.
지금까지는 「3백점이상」이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기준이었다. 3백점 이상자의 숫자는 학년도별로 많은 차이가 나기도 했지만 올해처럼 기존의 잣대를 무의미하게 만든 「출제반역」은 없었다.
쉬운 출제가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리라는 논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해마다 난이도의 반전협상을 경험한 처지에서는 그 원칙이 일관성 있게 지켜지리라고 믿기도 어렵다. 출제위원이 매년 바뀌는데다 내년엔 달라진 교육과정이 출제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입제도는 94학년도부터 또 바뀌어 대학별고사가 실시되므로 중앙교육평가원의 「쉬운 출제」 원칙은 내년까지만 유효하다. 결국 92,93학년도의 수험생들만 의미없는 교육실험을 당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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