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사임연설/“독립국 공동체는 위험” 경고/옐친 “새벽2시20분 핵가방 인수”【모스크바=윤석민특파원】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60)이 26일 새벽2시(한국시간) 마침내 사임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나는 소련대통령으로서의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레닌의 볼셰비키혁명 성공이후 8대지도자로서 약 7년에 걸친 집권에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소련의 적기 앞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연설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독립국가공동체가 형성되는 현재의 상황에 따라 나는 많은 우려와 아울러 신뢰를 갖고 나의 자리를 떠난다』고 퇴임의 심정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이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전제한 후 『나는 민족의 독립과 각 공화국들의 주권을 옹호하지만 국가의 통합이 유지돼야한다는 나의 입장은 알마아타회담후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소련의 해체결정은 국민들의 의사를 토대로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강조하면서 『독립국가공동체의 구성은 소련국민과 세계공동체에 큰 위협을 주고있다』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임발표가 정확히 언제부터 발효되는지 언급치 않았으며 차기지도자로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도 않았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자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빈다』는 감사를 표하면서 12분간의 사임연설을 끝냈다.
한편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은 이날 하오7시20분(한국시간 26일 새벽2시20분)을 기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부터 핵가방을 인수,구소연방의 핵무기를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친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임발표가 있기 수시간전 미 CNN·TV와 가진 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소련핵무기를 통제하는데 단 1초의 공백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친은 또 러시아공 최고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자신이 핵무기 배치에 관한 비밀암호문 등이 담긴 핵가방을 인계받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다른 공화국에는 핵단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옐친 대통령은 소련 핵무기발사의 유일한 통제권을 갖게 됐지만 핵발사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벨로투시·우크라이나·카자흐 등 핵보유 공화국들의 승인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옐친은 또 소련의 모든 분쟁지역에 파견된 구연방군의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힘으로써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부터 군사·외교 등 모든 권한을 인수했음을 분명히 했다.
◎“냉전종식·동구민주화 큰 업적/고르비는 역사상 위대한 인물”/중국선 “소붕괴 직접책임” 강력 비난도/사임발표후 세계의 반응
세계 각국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25일 사임을 발표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냉전을 종식시키고 동유럽의 민주주의 달성을 가능케한 금세기 가장 위대한 인물중 하나였으며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그 업적을 치하했으나 중국은 소련붕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전례없이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고르바초프의 사임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보인 반응을 요약한 것이다.
▷영국◁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역사의 방향을 변화시킨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나 고르바초프는 바로 그같은 일을 해냈다』면서 소련대통령으로서 고르바초프가 이룩한 업적을 치하했다.
▷프랑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은 『고르바초프는 소련이 자유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며 군비축소를 가능케하고 냉전을 종식시킴으로써 금세기 역사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독일◁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독일통일과 독일민족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결정적인 공헌에 대해 독일국민의 감사를 전한다면서 독일국민은 고르바초프의 업적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일본 외무장관은 고르바초프는 『그의 신사고외교정책하에서 분출된 동유럽의 극적인 변화를 맞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위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유럽의 혁명적 변화를 가능케한 그의 업적을 치하했다.
▷중국◁
중국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고르바초프의 사임 발표를 전하면서 『그의 「신사고」과 「글라스노스트」,「정치적 다원주의」는 정치적 혼란과 민족분쟁,경제위기를 몰고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강경 공산지도부에 의해 출간된 비밀문서를 통해서는 고르바초프를 신랄하게 비난한 적이 있으나 언론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신중한 중립논조를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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