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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겠다는 사람(정경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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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겠다는 사람(정경희 칼럼)

입력
199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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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치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선비만이 하는 것이다. 선비의 첫째 요건은 사리사욕을 꾀하지 않고,공평무사하다는 것이다. 「해가 사사롭게 비추지 않고,땅이 사사롭게 떠받치지 않는 것처럼」,그렇게 공평무사해야 한다. 또 「그 어버이만을 친애하지 않고 ,그 자식만을 사랑하지 않는」,다시 말해서 만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야 한다.요즈음 여기저기에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교수를 그만둔 김동길씨는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에 흡사 미국의 핵정책 원칙처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말투로 넘겨버리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5공청산」으로 무대에서 사라진줄 알았던 소위 「5공세력」 중에서도 새정당을 만들어 내년 정치시즌에 한몫 끼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문이다. 「착각」은 자유겠지만,87년 6월항쟁의 함성과 5공청산 청문회의 열기를 깡그리 잊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슬쩍 흘려보내는 시위용의 관측기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가 틀림없는 재벌인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치에 손을 대겠다는 것의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새 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소문은 알쏭달쏭 하지만,어쨌든 그의 엄청난 「돈」이 어떤 형태로든 내년의 정치에 뛰어들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지금의 집권측에 「정치적 헌금」을 유보하고,내 뜻대로 뿌려보겠다는 포석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쪽에서는 민자당에서 떨어져 나올 김영삼씨계의 「탈락자」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재벌이 정치에 손대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사실이다. 정주영씨가 기업가로서 국가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대기업들이 정치적 특혜속에 커왔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지않을 것이다.

5공청산 청문회에서 드러났던 5공과의 유착관계,또 최근에 있었던 엄청난 탈세사건도 국민은 잊지않고 있을 것이다. 만일 노태우대통령 정부에 대들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스타」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계산착오가 될 것이다.

군인이 정치에 뛰어들어선 안되는 것처럼,기업인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정치의 논리와 기업의 논리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어발재벌이 정치까지 쥐고 흔든다면 사회적 마찰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기업인은 끝까지 기업인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야한다. 정치에 쏟을 돈을 빈사상태의 과학교육에 쏟는 것도 좋을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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