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교 부근 밀집 주택가서/병원측/“일찍 왔으면 살텐데”/24일 아침/청소원… 개문버스서 떨어진뒤 뒤차에 친듯『이웃사랑』 구호가 홍수처럼 범람하던 성탄전날 시내 복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청소원이 현장에 오랫동안 방치됐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24일 상오7시30분께 서울 청량리경찰서 이문1파출소에 50대 남자가 찾아와 『1백m쯤 떨어진 중랑교 부근 버스 정류장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은 아주머지가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뛰쳐나간 이 파출소 권영직경장(34)이 급히 순찰차를 불러 인근 서울 기독병원에서 이 여인을 옮겼으나 2시간만에 숨졌다.
사고를 당한 유봉희씨(49·여·서울 도봉구 번동 230 주공아파트 502동 1407호)는 숨지기 직전 권 경장에게 『6시30분쯤 버스를 탔다가 10여분만에 내리려는데 버스가 문을 연채 출발하는 바람에 굴러떨어진뒤 뒤따라오던 또다른 차에 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 청소원을 하는 유씨는 이날 새벽 아들 허은철군(19·공원)과 함께 집을 나섰다. 허군은 어머니를 한성운수 소속 161번 시내버스에 태워 배웅한 시각이 정확히 6시28분이라고 했다.
집앞 버스 정류장에서 유씨가 버스를 갈아탄 사고현장까지는 불과 10∼15분 거리.
유씨는 사고현장에 40분이상 방치돼 있어던 셈이다.
밀집된 주택가로 출근시간 승객들이 많았던 곳에서 유씨는 시민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권 경장이 출동했을때도 신사복 차림의 남자 2명이 물끄러미 유씨를 내려다 보고 있다가 버스가 오자 그대로 타고 가버렸다.
병원측은 유씨가 장기손상 늑골골절 뇌진탕 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할 수 있다』면서 『좀더 일찍 왔더라면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한성운수 소속 버스운전사 3명을 25일 소환조사한뒤 돌려보냈을뿐 신고자의 신원확인이나 목격자 탐문 등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않고 있다.
유씨는 13년전 남편이 아파트공사장에서 추락사한뒤 막노동을 해가며 은철군,철순양(16·학생) 남매를 길러왔다. 사고소식을 듣고온 성산동아파트 주민들은 『가난하면서도 항상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던 아주머니가 거꾸로 무관심 때문에 돌아가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은철군은 어머니의 시신앞에서 『도대체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부짖으며 직접 목격자를 찾아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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