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엉뚱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사회니까 또한번 엉뚱한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다지 놀랄일은 되지않을지 모른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신당창당을 추진중에 있다는 소식도 말하자면 일종의 엉뚱한 「사건」으로 보아야 하겠는데 비록 엉뚱은 하지만 전혀 세인의 의표를 찌른 기상천외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찾아볼 수 있지않을까 생각된다.정 회장이 신당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아직 정확히 알수없는 상태이고,언제 어떠한 성격의 어떠한 구성의 정당창당을 구상하고 있는지조차 자세히 알려져있지 않은 단계이지만 그의 의도의 밑바닥에 현정치판에 대한 짙은 불신이 깔려있는 것만은 쉽게 추정할 수 있을것 같다. 보기 여하에 따라서는 단순한 불신이상의 혐오와 분노같은 감정이 섞여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국민의 상당수가 요즘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볼 때 정 회장이 새로운 정치창출을 위한 의욕과 욕구를 갖게 되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나무라거나 냉소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줄로 안다.
그러나 설사 그의 의도가 감정적인 차원에서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원칙론적으로나 정치 현실적 측면에서 볼 때 과연 그것이 납득되고 수긍이 가는 일인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한국적인 특수성의 존재여부를 떠나서 재벌이 정치에 직접 관여하고 자기 영향하에 하나의 정치세력을 구성하고자 하는 기도는 호의적으로 생각한다해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라고 할수 있다. 막대한 재력이 있으니까 그 재력을 바탕으로 권력까지 장악해야겠다는 발상이 만약 그의 정치관여의 동기속에 담겨있다는 것을 가상해볼때 더욱 그러하다.
또 만약 권력으로부터 받은 그동안의 억울함과 서러움이 그로하여금 권력에 대한 욕구와 집착을 갖게 만든 것이라면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미묘한 불안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물론 기업인이라고 해서 정치를 하지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기업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꼭 정치에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자본주의사회의 생리로 보아 기업인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거야 수긍이 가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한국적 기업환경이 대체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않은 경우가 많았으며,대다수 재벌들이 정경유착의 결과로써 부를 축적했다는 국민적 인식이 없지않음을 감안할때 재벌이 나서서 정치를 한다는데 대한 국민여론향배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는 짐작이 드는 것이다.
정 회장의 새 정당창당이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어떤 목적주의적인 정치적 포석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할수도 있다. 그렇다손 치러다고 기업의 정도와 기업인의 정상적인 사고방식,그리고 정치에의 올바른 기여를 염두에 두고 논한다면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길과 방법은 알려지고 있는 것 외에 여러가지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코자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 사회에 팽배되어 있는 돈 만능주의가 정치의 오염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각별한 심려가 있어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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