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투쟁경력업고 올 5월 대통령 당선/취임뒤 실정거듭 「시인 가면쓴 독재자」 격하소 그루지야공화국이 정치갈등과 민족분규로 내전상태에 빠져 들고 있다. 그 혼돈의 한 복판에는 즈비아드 감사후르디아 대통령이 외롭게 서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운명」에 저항하고 있다.
지난 5월 선거에서 무려 87%의 지지를 받고 권부에 올랐던 감사후르디아는 불과 7개월이 지난 지금 실각위기에 처해있다. 반정부군이 의사당과 정부청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등 내전양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감사후르디아는 속수무책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선택할 길은 망명 아니면 처형 뿐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러시아공화국 TV는 감사후르디아가 이미 비행기를 타고 수도 트빌리시를 탈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감사후르디아가 명망있는 지도자에서 순식간에 타도 대상으로 전락한데는 독재가 주요인.
지난 시절의 감사후르디아는 시인이자 민족주의자로 숭앙받았다. 그는 부자 2대에 걸친 민족주의 시인으로서 서슬퍼런 시절에도 반공산당·탈소 독립을 끊임없이 외쳐왔다. 브레즈네프 시대에는 장기간의 옥고를 치르기까지했다. 때문에 그는 그루지야인들에게 「영웅」이자 「사표」였다.
감사후르디아는 자신의 투쟁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공산당 일당독재후 처음 실시된 총선에서 자파인 「원탁자유그루지야」의 압승을 이끌어냈다. 이때부터 그는 시인의 심성을 버리고 독재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이 된 그는 탈소 독립을 선포하고 금년 4월 최고회의 결의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아울러 ▲의회해산권 ▲계엄선포권 ▲법률안거부권을 장악하는 등 권력의 추악한 속성에 물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의 과오는 화려한 과거 덕분에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
5월의 대통령선거에서 감사후르디아는 압승했고,이 지지가 영구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지난 8월 보수파 쿠데타당시 감사후르디아는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기반을 허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반대파의 정치공세가 거세졌고 감사후르디아는 9월24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시위대에 발포토록 하는 등 강압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다.
또한 러시아공화국과의 통합내지는 독립을 추구하는 남오세티아자치주에 대해서도 피를 불사하는 무력공격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때부터 「시인의 가면을 쓴 독재자」로 격하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경제실정마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독립국가 공동체에 유일하게 참가하지 않은 배짱을 보였지만 그루지야인들의 식탁에 충분한 양의 빵을 올려주지는 못했다. 그에대한 신화는 깨지고 원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주요외신들은 『감사후르디아는 독립주장으로 일어섰다가 독립주장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까지 예측했다.
지금 그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있지만 아무도 도우려하고 있지않다. 그럼에도 그의 운명과 그루지야의 장래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붕괴한 소련에서 지역분쟁은 상상을 초월한 재앙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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