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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합격뒤엔 「억척부정」/고려대 이상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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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합격뒤엔 「억척부정」/고려대 이상범군

입력
1991.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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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재수 뒷바라지 가족들 경기 이사/자신은 부산남아 택시몰며 생계꾸려택시운전사 아버지의 뜨거온 교육열이 수석합격 아들을 만들었다.

24일 밝혀진 고려대 수석합격 이상범(19·부산 금성고 졸·학력고사 3백24점)은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뒷바라지에 온 힘을 다쏟은 아버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아버지 이유봉씨(53·부산 남구 용호2동 550의 11)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이군은 지난해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법대에 지원,고배를 마셨으나 재기를 다짐,와신상담한 끝에 값진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이군의 영예 뒤에는 가족 전부를 경기 안산시로 이사시키고 홀로 자취를 하면서 9일에 하루씩 쉬는 비번날까지 쉬지않고 택시를 운전하며 번돈 거의 전부를 자식들의 학비로 송금해온 아버지 이씨의 눈물겨운 정성이 숨어있었다.

경남 양산군 완동면 용당리 고향에서 손바닥만한 밭뙈기를 소작하며 가난에 쪼들리던 이씨는 『못배운것이 한이돼 자식들에게만은 가난과 무지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결심,부산으로 나왔다.

그러나 부산에서의 생활도 순탄하지만은 않아 동국제강(주) 공원,열차내 판매원으로 일했던 이씨는 지난 79년 포클레인 2대를 어렵게 사서 장만,중장비 대여업을 시작했으나 지난 86년 실패하고 집까지 잃었다.

이같은 불행에도 이씨는 2남1녀를 훌륭하게 키워 맏아들 상구군(23·서울대 국민윤리교육 4) 딸 미숙양(22·서울여대 아동학 3) 모두가 서울에 유학하고 있다.

막내 상범군이 작년 대입시에 실패,서울에서 재수를 하게되자 어머니 강갑련씨(48)도 아예 안산시에 셋방을 얻어 정성을 다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식 모두가 바르게 자라 오히려 고맙게 여긴다』는 이씨는 『택시를 몰기 시작한 지난 90년부터 월수입 90만원중 80만원을 학비로 올려보내고 나머지 10여만원으로 끼니를 때우며 운전대를 잡은 날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부산=김종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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