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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자의 갈망(정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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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자의 갈망(정경희칼럼)

입력
199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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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찬 등불아래 잠 못이뤄/나그네 마음 어찌 이리 설레는가/오늘 밤 고향생각 아득한 천리/센 머리 이밤 새면 또 한해 가는구나』­ 중국의 당나라때 시인 백낙천에게 「섣달 그믐밤(제야)」은 아득한 향수를 달래는 한숨의 밤이었다.한해가 저무는 세모는 동양사람에게 허무와 향수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에겐 새로운 희망의 계절이다.

『기뻐하라,즐거워하라! 소리높여 너희 날들을 찬양하라!/…모두 목소리 합쳐 찬양하고 기뻐하라!』­ 걸작중의 걸작으로 꼽히는 바흐의 「크리스마스」는 희망찬 북소리를 앞장세워 이렇게 기쁨을 합창한다.

1년 내내 분주했던 사람들은 또 「사랑」을 합창한다. 그것은 아득한 구약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독교의 전통이었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는 것은 구약(레위기)의 가르침이었다. 신약에서 예수는 도둑을 만나 죽을 지경에 이른 자를 구한 사마리아인의 이웃사랑을 깨우치고 있다(누가복음).

서양사람들에게 섣달은 바로 인간을 구원하는 구세주가 이땅에 탄생함을 뜻한다. 그만큼 동양과 서양의 거리는 멀다. 적어도 얼핏 보기에 그렇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이 사랑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땅에 탄생하는 구세주를 찬양하는 것은 동양의 가르침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은 그 어버이만을 친하지 않고 그 자식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동양의 고전은 가르쳤다(예기). 또 기독교가 「이웃사랑」을 말한 것과 똑같은 가르침을 일렀다. 가장 훌륭한 정치는 덕으로 백성을 어루만지는 것이요,『가까운 사람부터 친애하여 먼 사람에게까지 이름이 그 다음』이라 했다(춘추좌전).

이웃에 대한 사랑의 가르침은 동·서양을 가릴 일이 아니었다. 아닌게 아니라,기독교의 내력이 담겨있는 소위 「사해 두루마리」 8백권 가운데에는 중국의 한자가 씌어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발견됐다.

1947년부터 사해 서쪽 동굴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두루마리중 구약성서 이사야서의 사본에서 한자 여섯자가 확인됐다. 하늘의 신을 뜻하는 「제」,태양을 뜻하는 「일」,주검의 「시」 등이었다.

기독교신자이건 아니건 크리스마스는 사랑과 정의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제다. 만백성이 투기꾼이요,가진 자나 없는 자나 똑같이 허기 진 세상일수록 사랑과 정의에 대한 갈망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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