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 사건으로 호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 무용과 92학년도 대입 실기고사가 3일 상오9시부터 치러졌다.시험일을 연기하는 진통을 겪은끝에 가까스로 고사가 치러진 이날 이 학교 체육관 1층 무용홀 주변은 긴장된 분위기에 싸여있었다.
고사장을 들어서는 채점위원과 학교 관계자들의 표정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으며 분위기에 짓눌린 듯 수험생과 학부모들 모두 무거운 표정이었다.
시험 시작과 함께 고사장문은 굳게 닫히고 평소 허용되던 보도진들의 입실 취재도 올해는 거부됐다.
학교측은 대신 채점용지까지 보여주며 공정성을 위해 얼마나 완벽한 조치를 했는가를 30여분에 걸쳐 브리핑했다.
종래 수험생들의 연기 종합평가방식이 채점위원들의 임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새로운 평가방법을 도입,표현력·신체조건·리듬감각·테크닉·숙련도 등 5개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채점토록 했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공개된 고사장은 삭막하고 싸늘했다.
6명의 채점교수 좌석은 높은 베니어 칸막이로 갇혀있었고 각 교수들의 책상위에는 큼직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입시본부 관계자는 수시로 공개채점을 체크하기 위해 수험생 10명 단위씩 그때 그때 입시본부로 상자에 담긴 채점표를 나른다고 말했다.
60평 정도의 고사장 중앙에는 고성능 무비카메라 2대가 배치돼 학생들의 몸동작 모두를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합격자 발표후 있을 수 있는 잡음의 소지를 막기위한 장치였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동작을 잡기위해 닷새전부터 촬영 리허설까지 해왔다』고 귀띔했다.
시험을 끝낸 한 수험생은 『이 정도로 철저하게 할줄 몰랐다』며 『무비카메라렌즈를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 학교 입시본부장 김동철교수(63)도 『이제 할만큼 다했으니 결과만을 지켜볼뿐』이라며 허탈해 했다.
한번 실추된 도덕성과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가를 보여주는 서글픈 풍경들이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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